그래픽=정서희

지난해 주요 건설사들은 과거 부실을 언제, 얼마나 반영했느냐에 따라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현대건설과 DL이앤씨는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반면, 대우건설은 적자로 전환하는 등 대형건설사 간에도 실적 양극화가 나타났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건설사별 기업설명(IR)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잠정 실적을 발표한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GS건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코오롱글로벌, HLD&I한라 등 9개 주요 건설사의 잠정 실적을 합산한 결과 매출액은 약 73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약 405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 건설사들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약 81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약 9.3% 감소했다. 이는 2023년 이후 신규 착공이 위축되면서 매출액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사들은 2024년 약 2479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지만,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1~2022년 공사비 급등 시기에 착공한 사업장이 준공에 이르면서 고원가 사업장 비율이 줄어든 영향이다.

건설사별 실적을 살펴보면 현대건설은 2024년 대형 프로젝트 손실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기저 효과로 지난해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2024년 별도 기준 약 2155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한 뒤 1년 만에 약 2512억원의 흑자를 냈다. 사우디 자푸라 가스 처리 시설 등 고수익 해외 플랜트 공정이 본격화한 것이 수익성 향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2024년 해외 플랜트 부문에서 약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 처리(빅배스)를 단행한 뒤 지난해 연결 기준 약 264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했다.

DL이앤씨는 내실 경영을 통해 수익성을 키웠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약 3870억원으로 전년(약 2709억원) 대비 약 42.9% 증가했다. 주택 부문의 리스크를 강화하면서 선별 수주에 나섰던 점이 수익성 강화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부채비율도 2024년 말 100.4%에서 지난해 말 84%까지 떨어뜨리며 재무 건전성도 강화했다.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도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GS건설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약 4378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53.1% 증가했다. 건축·주택 부문 매출은 18.1% 줄어든 반면, 플랜트 사업과 인프라 사업 매출이 88.1%, 26.7% 증가하면서 수익성도 함께 늘어났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자체 사업 증가의 힘으로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48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4.7% 늘어난 금액이다. 서울 노원구 서울원 아이파크 등 고부가가치를 보유한 대형 자체 개발 사업장의 공정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평택시 한 아파트 견본주택 모습. /연합뉴스

반면, 대우건설은 지난해 대규모 손실 반영의 직격탄을 맞았다. 대우건설은 2024년 연결 기준 약 403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8154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으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이는 고원가 주택 현장의 추가 비용 투입과 나이지리아 LNG 트레인 7 등 대형 해외 프로젝트의 손실을 지난해 실적에 집중적으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부채비율도 2024년 192.1%에서 지난해 284.5%로 치솟으면서 재무 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포스코이앤씨도 지난해 45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신안산선 등 안전 사고를 복구하기 위한 일회성 비용이 늘었고, 중대 재해로 인한 공사 중단 현장에 원가를 추가로 투입한 것이 적자 전환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HLD&I한라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약 80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8.9% 성장했다. 이는 철저한 원가 절감과 주요 현장 원가율 개선에 나선 결과다. 코오롱글로벌도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 약 39억원을 기록하면서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비주택 부문 수주액을 1조6000억원 이상 확대하는 등 주택 의존도를 낮추는 수익 구조 다변화 전략이 주효했다.

신용평가 업계에서는 당분간 건설사들의 실적 차별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준성 나이스(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신규 착공 감소로 사업 기반이 위축된 상황에서 포트폴리오 구성과 유동성 관리 능력이 기업 실적의 희비를 가를 것이다”라며 “우수한 브랜드를 앞세워 수도권 물량을 확보하는 대형사와 상대적으로 사업 환경이 열악한 중견·중소 건설사 간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