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의 경매로 인해 매각 신청한 아파트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14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뉴스1

올 들어 지난달까지 임의 경매를 통한 아파트 등 집합건물 소유권 이전 신청이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임의 경매는 대출 이자나 원금을 못 갚을 때 은행이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담보 부동산을 경매에 부치는 절차다. 과거 집값 급등기 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입)’로 내 집 마련에 나섰던 사람들이 고금리 장기화로 이자 부담을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면서 주택 소유권을 포기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고금리 장기화에 임의 경매 10년來 최다

1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1월 임의 경매로 인한 수도권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연립주택 등) 소유권 이전 등기 신청 건수는 1만1117건으로 전년 동기(8572건) 대비 29.7% 급증했다. 2015년 같은 기간(1만4158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월별로 따져보면, 올해 7월 1259건으로 2015년 10월(1348건)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 최근까지 1000건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오어진

지역별로 서울은 지난달 임의 경매에 따른 소유권 이전 신청 건수가 2375건으로 전월 대비 15.6% 늘었고, 인천은 19.4% 증가한 2190건, 경기는 39.9% 늘어난 6552건으로 각각 조사됐다.

임의 경매는 대출 금리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실제 코로나 여파로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던 2022년 수도권 집합건물 임의 경매는 4116건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기준 금리가 3%대로 오르면서 2023년 5025건, 2024년 8572건 등 가파르게 늘었다.

올해 임의 경매 건수가 늘어난 것 역시 시중 금리 인하가 지연되면서 대출을 활용해 집을 마련했던 사람들의 이자 부담이 누적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2023년 3~4%까지 치솟은 뒤 조금씩 하락해 올해 8월 2.49%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이후 석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 가며 11월 2.81%로 올랐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연초만 해도 금리가 꾸준히 우하향할 것이란 심리가 강했지만, 기준 금리는 5월 이후 그대로고, 금융 당국의 가계 대출 총량 관리로 은행권 가산 금리가 높아지면서 차주들의 부담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외곽에 경매 몰려

수도권 외곽 중심으로 임의 경매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 양극화도 경매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임의 경매에 따른 소유권 이전 신청 건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인천 미추홀구(870건), 경기 파주시(413건)·수원 권선구(400건)·평택시(398건) 등 상대적으로 집값 회복세가 더딘 지역들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 한강 벨트 등 인기 지역과 달리 수도권 외곽은 아직 집값이 3~4년 전 고점을 회복하지 못했고, 대출 규제로 집을 팔기도 어렵다 보니 경매에 부쳐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매 시장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수도권 외곽을 중심으로 임의 경매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최초 고정 금리로 시작해 5년 후 변동 금리로 바뀌는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이 집중적으로 팔렸던 2021년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은 내년부터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며 “기준 금리가 지금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수도권 외곽을 중심으로 임의 경매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의경매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뒤 원금과 이자를 일정 기간 갚지 못하면 금융기관 등 채권자가 해당 부동산을 경매로 넘기는 절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