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 3주가 지났지만, 재건축 아파트의 매매 약정서 효력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명확한 지침을 내놓지 않아, 거래 당사자들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쟁점은 매매 약정서는 규제 발효 전에 쓰고 정식 계약은 그 이후에 체결할 경우 매수자가 조합원 지위를 승계해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다.
이번 혼란은 규제가 겹치면서 발생했다. 대표적인 곳이 기존 토지거래허가구역이던 목동과 여의도다. 이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매매 약정서를 먼저 쓰고, 나중에 구청에서 거래 허가를 받은 뒤 정식 계약을 맺는 게 일반적이었다. 매매 약정서가 일종의 가계약 역할을 해온 것이다.
문제는 지난달 16일부터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가 되면서 재건축 조합이 있는 아파트의 조합원 지위 양도가 원칙적으로 금지된 것이다. 관할 구청은 16일 전 매매 약정서를 쓴 사람들에 대해선 규제의 예외로 보고 거래 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국토부의 공식적인 ‘교통 정리’가 늦어지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직장인 이모씨는 지난달 초 목동 아파트를 처분하고 송파구 아파트를 매수하기 위해 목동 집 매수자와 매매 약정을 맺고, 송파 아파트 매도자에겐 가계약금 1억원을 걸었다. 하지만 규제 발표로 계약 체결이 늦어지자 송파 아파트 매도인이 1억원을 몰수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설상가상 이씨가 팔려던 목동 아파트 매수자는 “나중에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 청산당할 수 있다”며 정식 계약서 작성을 거부하고 있다.
유사한 사례가 여의도, 목동에서만 최소 50건 이상으로 파악된다. 연계된 거래 당사자까지 고려하면 수백 가구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의도의 한 공인중개사는 “많은 사람이 생업을 포기하고 구청과 정부를 쫓아다니며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다”며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왜 피해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다들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구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정부 입장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