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면서 아파트처럼 활용할 수 있는 중대형 오피스텔로 수요가 쏠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9월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앞에 오피스텔 가격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뉴시스

지난달 30일 서울 양천구 현대하이페리온 오피스텔 전용면적 137㎡가 29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부동산 시장에서 화제가 됐다. 지난 6월 같은 크기의 오피스텔이 27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4개월 만에 2억원 넘게 뛰며 신고가(新高價)를 기록한 것이다. 이 오피스텔은 2주 전인 지난 17일에도 전용 83㎡가 16억3000만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 밖에도 지난달 강남구의 타워팰리스 오피스텔 전용 128㎡가 32억원에 거래돼 기록을 깨기도 했다. 6·27 대출 규제부터 10·15 대책까지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서울 곳곳에서 중대형 오피스텔 가격 상승 사례가 잇따라 나타나 주목받고 있다.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준주택으로 분류돼 주택을 겨냥한 정부 규제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서울 아파트에 쏠려 있던 투자 수요가 정부 규제를 피해 오피스텔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오피스텔은 임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뿐 아니라 주거로도 활용할 수 있어 아파트 대체재로 오피스텔을 선택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규제에 오피스텔 반사이익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서울의 오피스텔 매매 계약은 1만65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9170건) 보다 16.2% 증가했고, 2023년(7287건)과 비교하면 46.2% 늘었다. 거래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아파트의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는 85㎡ 초과 중대형 오피스텔의 거래가 더 뚜렷하게 늘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매매된 전체 오피스텔 계약 중 중대형 오피스텔 비율은 3.3%로, 2020년 5.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매매 가격도 상승세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평균 매매 가격은 10월 3억418만원으로 부동산 시장 거품이 절정을 지나던 2023년 1월(3억423만원) 이후 가장 높다. 특히 아파트 가격 상승세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상승세는 더 가팔라지고 있다. 오피스텔 평균 매매 가격은 올해 상반기까지 2억9000만원 선을 유지했지만, 지난 6월부터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오피스텔 시장의 가격 전망을 판단할 수 있는 임대 수익률 역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10월 서울 오피스텔 임대 수익률은 4.82%로, 지난 2018년 3월 이후 가장 높다. 지난 2022년 8월 바닥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묻지 마 투자는 지양해야

최근 오피스텔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는 아파트는 안 되는 갭투자(전세 낀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정부가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대출 한도가 줄어들고 취득 후 실거주가 의무화됐지만 오피스텔은 예외다. 여전히 담보인정비율(LTV)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갭 투자도 가능하다. 실제로 공인중개사무소의 오피스텔 매물 광고에선 ‘세 안고 거래한다’는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목돈 마련이 어려워 규제 아래서 서울·수도권 아파트 진입이 어려운 실수요자나, 서울 아파트 공급난으로 월세가 오르는 점을 감안해 임대 수익을 내려는 투자자가 과거보다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오피스텔이 아파트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이런 추세가 대세가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투자 수요가 많아 금리 변화 등 외부 변수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고 거래량도 아파트의 10분의 1 안팎에 머물고 있어, 실수요자가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지금은 정부 규제로 인한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향후 정부 규제가 힘을 잃어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다시 높아지면 오피스텔의 상대적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