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군사 기지와 철도 시설로 사용되면서 입지적 가치를 저평가받던 서울 용산이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노후 주거지에 대한 대규모 정비 사업과 글로벌 비즈니스 인프라 조성, 광역 교통망 확충 등이 이뤄지면서다. 총사업비 51조원 규모 초대형 복합 개발 프로젝트인 국제업무지구를 필두로 한남뉴타운·이촌동 재건축·용산공원·광역철도망이라는 5대 개발 축을 통해 업무·주거·녹지 시설과 교통망 등을 두루 갖추게 된다.

㈜일레븐건설 제공

이 지역은 산세가 용(龍)을 닮았다 해 ‘용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서울 한가운데라는 입지적 장점 외에 풍수지리적으로도 남산과 안산이라는 두 개의 주산을 품은 명당으로 여겨졌다. 조선 시대에는 용산나루(한강진)가 물류와 교통의 중심 역할을 했고, 1899년 경인선 철도가 개통한 이후 용산은 철도 교통의 중심지로 급부상했다. 해방 이후에는 주한 미군이 주둔하며 대한민국 안보의 심장과도 같은 기능을 했다.

한강과 남산을 동시에 품고 있는 용산은 주거지로서의 만족도도 높다. 이촌동이나 한남동에서 추진 중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이면 강남을 뛰어넘는 서울의 새로운 부촌이 될 것으로 부동산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테헤란로·여의도 잇는 ‘제3의 축’

서울시는 45만6000㎡ 규모의 용산정비창 부지에 아시아 금융·비즈니스 허브를 조성한다. 오피스와 호텔, 컨벤션, 고급 레지던스와 쇼핑몰, 문화 시설이 결합된 국제 업무 지구다. 광역 환승 센터와 보행 통로 등을 확보해 도심과 강남·서북권을 연결하는 중심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주요 건축물에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을 적용해 친환경 도시를 구현한다. 남산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녹지 공간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유 공간인 그린스퀘어와 그린코리더(green corridor·녹색 복도)를 조성한다. 일반 시민도 자유롭게 용산 국제 업무 지구를 즐길 수 있도록 초대형 녹지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 기반 시설 공사에 착수해 2030년부터 국제 업무지구 입주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교통 중심지 역할도 강화된다. 2027년 착공해 2032년 개통 예정인 신분당선 연장선(신사~용산)은 강남과 용산을 직접 연결하는 첫 철도다. 인천 송도에서 출발해 용산을 거쳐 남양주 마석으로 연결되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B 노선은 수도권 전역과 용산을 30분대 생활권으로 만들어 줄 전망이다. 강변북로 입체화, 한강 보행교, 광역 환승센터 등도 예정돼 있다. 교통망 확충이 모두 완료되면 용산은 철도·도로·항공 등을 아우르는 교통 중심지가 된다.

용산은 국제업무지구ㆍ한남뉴타운ㆍ이촌동 재건축 ㆍ용산공원ㆍ광역철도망이라는 5대 개발축을 통해 업무ㆍ주거ㆍ녹지시설과 교통망 등을 모두 갖춘 서울 중심부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사진은 남산에서 바라다본 용산 일대 전경.

◇우리나라 첫 국가 도시공원 조성

미군 기지가 있던 300만㎡ 부지는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표방한, 우리나라 첫 국가 도시공원으로 조성된다. 군사기지로 닫혀 있던 땅을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역사적 상징성도 크다. 공원 안에는 숲과 정원은 물론, 습지와 문화 시설도 만들어진다. 대규모 녹지 공간은 도심의 열섬 현상(도심 번화가 지역의 기온이 주변 교외 지역보다 더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해소하고, 도심 속 녹지 공간으로서 시민들의 휴식처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센트럴파크와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 같은 도심 내 대형 공원은 시민들의 거주 만족도를 높이기 때문에 공원 인근에 고급 주거 단지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노후 주거지가 밀집돼 있던 용산은 최근 대규모 정비 사업을 통해 고급 주거 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다. 4만5000㎡ 규모의 옛 유엔사 부지에는 주거·호텔·상업·문화가 결합된 복합 단지가 들어선다. 최고급 호텔과 쇼핑몰 등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수요와 관광 수요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계획이다.

총 1만2000가구가 거주 중인 한남뉴타운은 시공사 선정 등 정비 사업 절차에 돌입했다. 가장 속도가 빠른 한남 3구역은 2029년 입주를 목표로 기존 5970가구가 이주를 마쳤고, 2·4·5구역은 시공사 선정을 완료했다. 한강 변에 위치한 이촌동 한강맨션과 서빙고 신동아 재건축도 추진되면서 한남동·이촌동 일대 노후 주거지가 새롭게 태어날 예정이다. 서울 도심과 가까운 데다 한강과 남산을 모두 누릴 수 있어 강북의 최상급 주거 단지로 거듭날 것이란 기대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