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시니어 계층을 위한 주거 시설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의 20%를 초과하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국내 시니어 전용 주택은 3만가구(2023년 기준)에 그쳐 턱없이 부족하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다. 민간 부동산 개발 기업들도 시니어 주택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관련 투자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국내 공공주택 공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시니어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전국 24개 단지에서 2800가구 규모 ‘고령자 복지주택’을 공급했으며, 약 4500가구를 추가 공급하기 위한 사업지 공모 절차를 마쳤다. 민간과 협력해 중산층 대상 시니어타운도 추진하고 있다.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공공 주거 상품도 수요자 맞춤형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커뮤니티·안전 시설 완비
저소득층을 위한 LH 고령자 복지주택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됐다. 상층부 임대주택과 저층부 사회복지 시설이 결합돼 주거와 복지 서비스를 통합 제공한다. LH는 고령자 복지주택의 건설 및 운영을, 지자체는 사회복지 시설의 운영을 담당한다. 체력 단련실, 물리 치료실, 교양 강좌실, 텃밭 등 고령자를 위해 특화된 커뮤니티 시설이 포함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시흥은계 고령자 복지주택이다. 주택 내에는 동작 감지 안심 센서, 복도 안전 손잡이, 좌식 싱크대, 높낮이 조절 세면대 등 입주민 안전과 신체 능력 변화에 맞춘 다양한 안전 시설이 적용됐다. 거동이 불편한 입주민을 위해 스마트 기기로 실시간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맞춤 돌봄 서비스도 제공된다. 보건소와 연계한 건강 검진도 수시로 이뤄진다.
◇자녀·손주 함께 사는 세대 공존형 모델도
LH는 최근 고령자 복지 주택의 형태를 다양화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이미 공모 절차가 완료된 4500가구 규모 특화 주택 사업이 대표적이다. 지난 8월 공모에 선정된 부천대장 PC1블록은 실버주택 300가구와 청년·신혼부부 대상 임대주택 441가구가 함께 들어선다. 각각 100가구씩 총 200가구는 ‘3세대 공존’ 형태로 우선 공급된다.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동시에 신청해 당첨되는 방식이다. 이런 세대 공존형 실버타운은 싱가포르·일본 등 해외에서도 흔한 시니어 주거 형태다.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시니어타운 공급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화성 동탄2신도시에 시니어 주택 2800가구와 오피스텔 1100실을 조성하는 헬스케어리츠 사업을 위한 민간 사업자를 선정했다. 규모가 큰 만큼, 대규모 의료 시설과 상업·문화 시설이 결합된 복합 주거 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구리갈매 역세권에서는 민간 임대주택에 돌봄·건강관리 서비스를 결합한 ‘실버스테이’ 사업을 추진한다. 전체 725가구 중 346가구가 시니어 주택으로 공급되며, 식사·청소·세탁 등 생활 지원과 응급 안전 서비스가 제공된다. 오주헌 LH 공공주택본부장은 “31만가구에 달하는 일반 공공 임대주택 내 고령자 주민들을 위해서도 고독사 방지 알림 등 맞춤형 지원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며 “고령층이 주거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일이 없도록 주거와 의료·복지를 결합한 시니어 주택 모델을 확충하고 공급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