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첫 해외건설 수주인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현대건설

한국 기업이 해외 건설 시장에서 수주한 누적 금액이 1조 달러(약 1470조원)를 돌파했다고 국토교통부가 3일 밝혔다. 1965년 현대건설이 태국 고속도로 건설 공사를 수주한 이후 만 59년 만이다. 누적 수주액은 작년 11월까지 9965억달러였고, 12월 실적을 집계한 결과 최소 35억 달러를 넘겨 1조 달러 달성에 성공했다.

◇522만달러짜리 태국 도로 공사에서 시작

한국 기업의 해외 건설 수주는 1965년 11월 태국에서 시작됐다. 현대건설이 522만달러짜리 태국 남부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건설 공사를 수주한 게 국내 기업의 첫 해외 실적이다. 건설 업계에선 수주일을 기념해 11월 1일을 ‘해외건설·플랜트의 날’로 제정해 기념하고 있다.

이후 한국 기업의 연간 해외 수주액은 1973년 1억달러를 처음 넘었고 1981년 100억 달러로 급증했다. 연간 최대 금액은 2010년 716억 달러다. 단일 공사 기준 최대 수주액은 한국전력이 수주한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사업으로 191억달러다.

리비아 대수로 공사 현장에서 파이프가 매설되는 모습. /조선일보DB

◇기한·예산 맞추고 초고난도 시공

한국 기업들은 수주 경쟁에서 정해진 기한과 예산에 맞춰 시공하는 ‘온타임 온버짓(On time On budget)’을 무기로 내세워 실적을 올려 왔다. 지난해 한수원이 체코 원전 공사를 수주했을 때도 ‘온타임 온버짓’이란 장점 덕에 유럽 업체들을 따돌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 최고층 빌딩인 UAE 부르즈 칼리파 타워(2004년 삼성물산),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2008년 쌍용건설), 터키의 세계 최장 현수교 차나칼레 대교(2017년 DL이앤씨·SK에코플랜트) 등 고난도 건설 시공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차나칼레 대교'는 주탑 사이의 거리가 2㎞가 넘는 세계 최장 현수교다. 국내 건설사가 단순 시공에서 벗어나 사업 기획부터 금융, 시공, 운영까지 전반을 맡는 '투자개발형' 방식으로 수주했다. /DL이앤씨·SK건설 제공

최근엔 중동 산유국 발주가 늘면서 중동 지역에서 호실적을 내고 있다. 2023년 현대건설이 사우디 아미랄 프로젝트(51억달러)를 따냈고, 삼성E&A와 GS건설이 지난해 사우디 아람코로부터 61억원짜리 가스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한국 해외 건설 수주액 중 중동 지역 비중은 지난해 50%까지 늘었다.

다만 2016년 이후 한 해도 연간 수주액 400억 달러를 넘지 못하는 등 상황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합산 비중 70%에 육박하는 중동과 아시아 시장을 넘어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활로를 열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