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북부지사의 모습. /뉴시스

올해 1분기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발생한 전세 보증사고 규모가 1조원을 넘어 지난해 대비 8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건수는 6593건, 사고금액은 1조4354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 사고액 7973억원보다 80%(6381억원) 급증한 수치다. 월별로 보면 1월 2927억원, 2월 6489억원, 3월 4938억원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전세 보증사고 금액은 4조3000억원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런 추세라면 올해 전세 보증사고액은 지난해 규모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세금 반환 요청을 받은 HUG가 지난해 한 해 세입자에게 내어준 돈(대위변제액)은 3조5540억원이었다. 올해 1분기 대위변제액은 8842억원, 대위변제 건수는 4020건이다. 지난해 1분기 대위변제액인 5865억원보다 50.8%(2977억원) 늘었다.

전세 보증사고가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보증보험을 취급하는 공기업인 HUG의 적자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집값이 정점을 찍었던 2021년 하반기 이후 하락세가 본격화한 2022년 4분기 사이에 체결된 임대차 계약의 만기가 계속 돌아오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수도권 연립·다세대 주택의 평균 전셋값은 1억6868만원으로 2년 전보다 6.8% 낮다.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도 3월 기준 3억7313만원으로 2년 전보다 16.9% 낮다.

HUG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3조8598억원으로, 2022년 4087억원 순손실을 본 데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1993년 HUG 설립 이후 최대 적자 폭이다. HUG는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에게 대신 보증금을 돌려준 뒤 사고 주택을 경매에 부쳐 돈을 회수해야 하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매각 자체가 어려운데다 경매에서 낙찰이 되더라도 적정 가격을 받기 힘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