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위워크 공유 사무실의 모습. 한때 기업 가치 62조원에 달하는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던 미국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wework)’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확산 여파로 임차 수요가 줄면서 파산 위기에 처했다. /고운호 기자

한때 기업 가치가 60조원에 이르던 세계 최대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Wework)’가 파산 위기에 처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세계 업무용 부동산 시장에 끼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0년 설립된 위워크는 ‘업무 공간의 아웃소싱’이라는 아이디어 하나로 기업들의 근무 문화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직격탄을 맞았고, 주요국 금리가 치솟으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증시 퇴출 위기에 처했고, 회사 스스로도 파산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세계 33국 주요 도시에 610개 지점을 두고 있는 위워크가 파산하면 오피스 매물이 쏟아지면서 시장 전반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 서울, 부산에 19개의 위워크 지점이 있는 한국도 충격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상장 2년 만에 퇴출 수순 밟는 위워크

2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지난 23일(현지 시각) 위워크 상장 폐지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위워크는 30거래일 연속 주가가 1달러를 밑돌아 올해 4월 18일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했다. 이날로부터 6개월 내에 1달러를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된다. 23일 장 종료 후 위워크 주가는 12센트(158원)로 2021년 10월 21일 상장 첫날 종가(11.78달러)의 100분의 1 수준이다.

그래픽=김하경

위워크는 이달 초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문서를 통해 “기업으로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상당한 의구심이 있다”며 “구조조정, 자산 매각, 미국 파산법에 따른 구제 등 모든 전략적 대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 스스로 파산 가능성을 언급할 정도로 경영 상황이 안 좋다는 뜻이다.

2010년 설립된 위워크는 스타트업들의 교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일약 스타 기업으로 떠올랐다. 2019년에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로부터 기업 가치를 470억달러(약 62조원)로 인정받았고, 한때 지점 수가 800개를 넘었다.

하지만 2020년부터 코로나 여파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위워크의 미래 가치에 경고등이 켜졌다. 비대면 근무는 공유 오피스에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다. 작년부터 기업들이 사무실 출근을 재개하고 있지만, 여전히 재택근무가 많은 탓에 위워크 매출은 분기별 8억달러대 중반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반면 금리, 인건비 상승 여파로 비용은 급증해 매 분기 수억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내고 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위워크 사업 모델은 진입장벽이 낮고 외부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한계가 있는데 너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게 독이 됐다”며 “국내 공유 오피스 기업들도 외형 확장보다는 서비스 다변화로 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워크發 공실 폭탄 터지나

위워크가 파산하면 시장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존스랑라살(JLL) 조사에 따르면 올 1분기 뉴욕 맨해튼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이미 16%에 달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위워크가 빌렸던 임대 매물이 쏟아지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도 “위워크 파산 가능성으로 런던 건물주들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워크에 돈을 빌려줬던 금융권으로 위기가 전이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시장도 충격이 불가피하다. 위워크 지점 대부분이 광화문, 강남 등 핵심 업무지역에 있다. 이들 지역에서 매물이 쏟아지면 시장 전반에 공실률 상승, 임대료 하락 등의 ‘나비효과’를 미칠 수 있다. 다만 서울은 오피스 공실률이 1.8%(올해 2분기)에 불과해 비교적 충격이 덜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임채욱 GH파트너즈 대표는 “위워크 지점들은 입지가 워낙 좋아서 공실이 장기화할 가능성은 낮다”며 “위워크 매물로 인해 오피스 임차 수요가 단계적으로 이동하면서 수도권 외곽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