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한국 건설사가 지은 주상복합 아파트가 완공됐다. 반도건설이 만든 252세대 규모의 ‘The BORA(더 보라) 3170′이다. 그동안 국내 건설사가 지분 참여나 이미 지어진 건물을 매입해 미국 시장에 진출한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The BORA 3170′처럼 부지 매입부터 시행·시공·임대까지 모든 과정을 국내 건설사가 총괄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이 아파트에는 한국식 마루판, 한국식 붙박이장 등 주로 한국 아파트에 사용되는 자재와 설계를 적용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미국에 한국식 ‘K아파트’를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반도건설이 미국 LA에 준공한 'The BORA(더 보라) 3170'의 외관. 숫자 ‘3170′은 이 아파트가 들어서는 주소의 번지를 뜻한다. 미국에서 국내 건설사가 부지 매입부터 임대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한 것은 이 아파트가 처음이다. /반도건설
‘더 보라(The Bora) 3170’ 사업 개요

◇전 과정을 한국 건설사 손으로

‘The BORA 3170′는 지하 1층~지상 8층 252세대로 구성됐다. 1000세대 이상, 초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국내와 달리 미국은 대부분 단독주택이고, 아파트도 보통 100세대 미만이다. 이 때문에 ‘The BORA 3170′을 두고 일부 현지에선 “랜드마크급 아파트”라는 평가도 나올 정도다.

반도건설은 까다로운 인허가와 행정 절차로 악명 높은 미국 건설 시장을 뚫기 위해 프로젝트 착수 2년 전부터 해외 사업 전문 TF팀을 구성했다. 여기서 LA 주택 시장 관련 건축법과 인허가, 기술적 문제 등을 세심하게 분석하고 대비했다. 금융도 현지 조달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미국 LA 한인 타운 중심에 들어서는 ‘The BORA 3170′은 2020년 1월 착공 이후 3년 만에 완공됐다. 동쪽으로 차로 다운타운과 10분, 서쪽으로 고급 주택 단지인 베벌리 힐스와 15분, 북쪽으로 할리우드와 10분 거리에 있다. 회사 측은 “최근 한류 열풍 속에 한국의 검증된 건설사가 직접 지은 한국식 아파트라는 소문이 퍼지며 현지 젊은 수요층 사이에서 관심이 많다”고 했다. 반도건설은 모든 세대를 임대로 운영할 예정이다. 최근의 집값을 고려하면, 연간 800만달러(약 100억원)의 임대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반도건설은 인근 지역에서 2차·3차 개발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2차 사업으로 지하 2층~지상 7층 규모, 총 153세대의 콘도미니엄을 지어 한국식으로 분양할 예정이다. 3차 사업으로 지하 1층~지상 8층 규모, 총 262세대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건설해 임대할 계획이다. 반도건설 측은 “꾸준한 개발 사업을 통해 미국 LA에 1000여 세대의 ‘유보라 타운’을 조성할 것”이라며 “2026년 북미 월드컵과 2028년 LA 올림픽 개최라는 대형 개발 호재가 있어 향후 개발 프로젝트의 전망도 밝다”고 말했다.

◇미국에 선보이는 K아파트

반도건설은 ‘The BORA 3170′에 한국 아파트의 장점인 효율성을 접목했다. 한국식 마루판을 시공했고, 한국식 붙박이장과 팬트리(저장 공간), 신발장, 욕실 수납장 등을 들였다. 기존 미국 아파트는 별도 수납 공간을 제공하지 않아 입주자가 가구를 구매해야 하는데, 이런 불편을 없애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한국형 터치식 디지털 도어록을 달고, 약 130개 장소에 CCTV를 설치해 보안을 강화했다.

여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인들을 위해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도 만들었다. 야외 수영장과 대형 피트니스 센터, 루프톱 라운지를 조성하고, 미국 아파트에선 볼 수 없었던 ‘실내 스크린 골프장’도 설치했다. 단순 노출 콘크리트로 된 미국의 빌딩 주차장과 달리 한국처럼 주차장 층별로 벽의 색상을 달리해서 이용자들이 쉽게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또 미국 아파트에는 거의 없는 주차장 내부 방지 턱과 반사경도 설치했다. 반도건설 미국법인 신동철 대표는 “반도건설이 지난 50여 년간 축적한 경험은 물론, 우수한 주택 건설 기술력으로 K팝·K푸드에 이은 ‘K 주거 문화’ 붐을 조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