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향후 5년간 청년층 대상 34만 가구를 포함해 공공 분양 아파트 50만 가구를 공급한다. 그동안 ‘청약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미혼 청년을 위한 공공 분양 특별공급을 신설하고, 민간 아파트 청약에 추첨제 비율을 늘려 젊은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26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제7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청년·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주택 50만호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청년 세대가 최소한의 부담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주변 시세의 70% 이하로 공공 분양 아파트를 공급하고, 최대 5억원·최장 40년의 저금리 모기지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나눔형’ 공공 분양 아파트의 경우, 주변 시세가 5억원일 때 분양가는 3억5000만원으로 책정되며 최대 2억8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7000만원만 있으면 내 집 마련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국토부는 또 19~39세 미혼 청년을 위해 공공 분양 특별공급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해 5년간 5만2500가구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특별 공급이 신혼부부 같은 기혼자 위주로 운영돼 미혼 청년의 당첨 기회가 적었던 점을 보완한 것이다. 민영 아파트 청약 제도도 개편해 규제 지역에서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물량의 최대 60%를 추첨제로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올 연말부터 서울 도심과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중심으로 약 1만1000가구에 대한 사전 청약을 시작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향후 주택 경기가 회복될 때에도 집값이 안정되도록 정부가 장기적인 공급 신호를 줬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26일 발표한 청년 주거 대책은 공공 분양 물량을 대폭 늘리고, 청년층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청약 제도를 개편한 것이 핵심이다. 또한 금융 지원을 강화해 초기 자금 부담을 낮춰 2030세대의 ‘영끌’ 수요를 잠재우겠다는 계산이다. 청년층을 위한 공공 임대주택 공급에 주력했던 문재인 정부와 상반된 접근법이다.

젊은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수도권에 전체 공공 분양 아파트의 72%(36만 가구)가 공급된다. 정부는 올해 연말부터 내년까지 서울 고덕강일(900가구)과 성동구치소 부지(320가구), 3기 신도시인 고양창릉(1922가구), 경기도 남양주 양정역세권(549가구) 등 수도권에서 약 1만1000가구에 대한 사전 청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시세의 70%에 분양, 5억까지 저리 대출

정부는 공공 분양 유형을 세 가지로 세분화하고, 각 유형에 맞춘 금융 지원을 마련했다. 전체 공급 물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나눔형’(25만 가구)은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70% 이하인 대신 의무 거주 기간(5년) 후 분양받은 아파트를 공공에 되팔 때 시세 차익의 70%만 가져갈 수 있다. 정부는 수요자의 초기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최대 80%까지 적용한 40년 장기 대출을 지원한다. 최대 5억원을 고정 금리(연 1.9~3.0%)로 빌릴 수 있다.

‘선택형’(10만 가구)은 저렴한 임대료를 내면서 6년간 임대로 살아보고 나서 분양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유형이다. 분양가는 처음 입주 때 추정한 분양가와 분양 시점 감정가의 평균으로 책정한다. 만약 분양을 선택하지 않아도 4년 더 임대로 거주할 수 있다. 입주 시점에 보증금의 80%까지 저금리(연 1.7~2.6%)로 전세 대출을 지원하고, 6년 후 분양을 선택하면 나눔형과 같은 대출을 지원한다.

기존 유형인 일반형 공공 분양(15만 가구)은 디딤돌 대출을 지원하는데 청년층에게는 대출 한도와 금리를 우대해 준다는 방침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행당동지점장은 “금리 부담으로 주택 매수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정부가 장기 금융 지원책을 마련한 것은 맞는 방향”이라며 “다만 공급 입지와 분양가에 따라 수요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미혼 청년 특공’ 등 청약 당첨 기회 확대

선택형·나눔형 공공 분양 아파트 청약에는 생애 처음 주택을 구입하는 19~39세 미혼 청년을 위한 특별 공급을 새로 도입한다. 정부는 부모의 자산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청약 기회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올해 안에 세부 청약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민영주택 청약 제도 역시 세대별 수요에 맞게 개선한다. 현재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85㎡ 이하 중소형 평수는 가점제로 100% 공급돼 부양가족이 적고, 무주택 기간이 짧은 청년층은 사실상 당첨이 불가능하다. 이에 1~2인 청년 가구 수요가 높은 중소형 평형에 추첨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전용면적 60㎡ 이하는 전체 일반 분양의 60%, 60~85㎡는 30% 물량을 추첨제로 뽑는다. 반면 중·장년층 수요가 많은 대형 평형(85㎡ 초과)에는 가점제 비율을 확대한다.

청년층 위주로 청약 당첨 기회가 확대되면서 사회 취약 계층과 중·장년층이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청약 가점제는 결국 무주택 기간이 길고 부양가족이 많은 이들을 배려하자는 취지인데 이 제도를 자꾸 허물면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중·장년 무주택 실수요자도 청약 수혜 대상에서 배제되지 않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