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만여 중소·중견 건설사의 금융 서비스를 전담하는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에 건설·금융 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여권(與圈) 정치인이 낙점돼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국민의힘 이은재 전 의원./연합뉴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문건설공제조합은 전날 회의를 열고 국민의힘 소속 이은재 전 의원을 이사장 최종 후보자로 결정했다. 11월 초 임시총회에서 표결을 통과하면 이 전 의원은 곧바로 3년 임기의 이사장으로 취임한다.

1988년 설립된 전문건설공제조합은 건설 현장의 세부 공정을 담당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을 대상으로 보증·대출·공제 등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민간 기업이지만 국토교통부의 감독을 받는 데다, 이사장 연봉이 3억원이 넘어 친(親)정권 인사가 임명되는 일이 흔했다. 현직 유대운 이사장도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말 취임했다.

이에 전문건설공제조합은 조직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고자 올해 처음으로 이사장과 상임감사를 공모 방식으로 선출하기로 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지난달 공모 때 이사장 자리에 8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비전문가인 이 전 의원이 유력하다는 말과 함께 업계에선 공모제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행정학 교수 출신인 이 전 의원은 18·20대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건설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한 적은 없다.

전문건설공제조합 상임감사에 지원한 홍지만 전 대통령실 정무비서관은 최종 심사에서 탈락했다. 한 중소 건설사 대표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여론이 너무 안 좋으니 여권 인사 두 명 중 하나만 통과시킨 것 아니겠느냐”며 “이사장 선출 방식을 바꿔도 결국엔 정치권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