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앵무새와 비슷해요. SNS(소셜미디어)를 보면서 무의식중에 남들을 따라 하고 있거든요. 모방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회 안에서 서로 이해하고 같이 살아가게 하는 역할을 하니까요.”
진영(40) 작가는 현재 한국 화단(畫壇)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작품이 갤러리에 걸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전시가 열리기도 전에 거의 다 팔린다. 컬렉터 간 작품 구입 경쟁도 치열하다. 진 작가 작품에는 늘 앵무새 머리를 한 인간이 등장한다. 진영 작가 하면 ‘앵무새 머리 인간’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정도다.
진 작가는 사단법인 청년미술가협회가 다음 달 27일 막을 올리는 ‘청년미술축제-아트 그라운드 2022’에 작품을 내놓는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 120호를 3개 이어 붙인 360호(가로 390.9㎝, 세로 193.9㎝) 크기 대형 작품을 선보인다.
땅집고는 ‘아트 그라운드 2022’ 대표 작가인 진영 작가를 만나 그의 미술 세계를 들어봤다.
―그림을 시작한 계기는.
“디자이너였던 아버지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많이 접했고 직접 그리게 됐다. 이후 화가가 되고 싶어졌고 미대에 진학하면서 자연스럽게 미술을 직업으로 갖게 됐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당연히 작가로서 인생을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품에 ‘앵무새 인간’이 자주 등장한다.
“초기 ‘앵무새 인간’은 긍정적인 캐릭터로 그려낸 것은 아니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남들을 따라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오게 됐다. 현대사회의 반복된 삶과 모방 심리를 재밌게 풀어내고 싶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도넛은 ‘물질’을 뜻한다. 쉽게 표현하자면 돈이다. 그림에는 도넛을 쫓는 앵무새, 도넛 옆에 가만히 앉아있는 앵무새 등이 있다.”
―작품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나.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 일상생활을 그림에 자주 반영한다. 예를 들면 ‘호박 시리즈’는 임신 중에 그렸다. 남편 지인이 보내준 작은 호박을 보고, 호박이 가진 복스러운 이미지가 좋아서 호박 시리즈를 그렸다. 아이를 낳은 후 ‘공원 시리즈’를 그렸다. 집에서 멀리 못 가고 공원에서 유모차만 끌던 시절이다. 공원이 아닌 숲이라고 보는 분도 많은데 사실 도심 속 공원이다. 어떻게 보면 공원은 섬처럼 벗어날 수 없는 공간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각자 행복을 즐긴다.”
―작풍이 독특하다. 한국적이면서 귀여운 캐릭터가 뒤섞여 있다.
“과거 경험이 하나하나 쌓여서 지금 스타일이 완성됐다. 한국화를 전공하면서 다양한 재료와 표현 기법을 쓰게 됐다. 초기에는 한지로 작업했고 지금은 캔버스를 주로 쓴다. 여러 재료를 써보며 표현 방법을 고민했다. 앵무새 인간의 몸 동작은 대학생 때 작업했던 일러스트 스케치 작업이 큰 도움이 됐다. 지금은 모든 작가가 디지털도 성역 없이 넘나든다. 어디에 국한된 작가가 아닌 ‘작가 진영’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아트 컬렉터 사이에 가장 핫한 작가로 불리는데.
“어떤 분들은 갑자기 등장했다고 오해하시는데 사실 그림을 그린 지는 10년 넘었다. 꾸준히 그림을 그려왔고 판매도 제법 됐다. 그런데 작년 중순 이후 그림이 더 많이 팔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아트 컬렉팅 관심이 높아진 영향이라고 본다.”
―국내외 미술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재테크가 결합하면서 미술계에 관심이 쏟아지는 것 같다. 투자 목적이든, 감상 목적이든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 자체가 미술계에는 굉장한 기회다. 젊은 작가 작품을 더 많이 구매했으면 좋겠다. 작품 구매는 개인이 하는 메세나(문화·예술 지원) 활동과 같다.”
―작가로서 목표가 있다면.
“대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작품으로 말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언젠가는 아이들도 참여할 수 있는 체험형 전시회를 열고 싶다.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보면 아이들을 반기는 전시회가 많지 않다. 직접 만지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그런 전시를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