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같이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꾸민 수원요양병원 1층 로비. /우림A&C

“요양병원은 들어오시는 분들이 잠깐 머무는 곳이 아니라 여생을 보내는 공간입니다. 건강이 좋지 않더라도 충분히 존중받고 머무는 행복을 느껴야 합니다. 그래서 요양병원 건축은 집, 그 이상의 건물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수인분당선 영통역에서 영흥공원 방면으로 1㎞쯤 들어가면 지상 12층짜리 요양병원이 나온다. 저층부 외벽은 짙은 회색, 상층부는 연한 회색 화강암으로 각각 마감했다. 건물 전면부에는 커튼월 같은 창을 달았다. 건물 1층과 옥상에는 커다란 정원도 있다. 얼핏 보면 도심 속 호텔 분위기를 자아낸다. 간판만 없다면 요양병원인지조차 알기 어려울만큼 세련된 외관을 갖췄다.

멀리서 바라본 건물 전경. 이 병원은 외벽을 회색 화강암으로 마감하고 창문은 커튼월 방식으로 처리했다. /우림A&C

이 병원을 설계한 민영만 우림A&C 대표는 “요양병원 환자들이 존중받는 기분을 느끼고, 찾아오는 가족이나 지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최적의 치유 공간을 만드는 것이 설계 포인트였다”고 했다. 민 대표는 서울 성동구 서울숲 요양병원, 영등포구 한강수병원 등 여러 의료시설을 설계한 병원 건축 베테랑이다. 민 대표는 땅집고가 오는 25일부터 개최하는 ‘메디컬빌딩 건축 마스터클래스 2기’ 과정에서 ‘사례로 보는 병·의원 건축’이란 주제로 강의한다.

이 병원은 대지의 고저 차이가 12m쯤 되는 급경사지였다. 동쪽으로 축구장 70개 규모(50만6800㎡) 규모 영흥공원을 끼고 있고 서쪽은 내리막 도로에 접했다. 민 대표는 영흥공원 전망을 최대한 활용해 꽃과 나무, 자연을 품은 최적의 치유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계획했다. 부지 경사를 활용해 건물에 세 개의 정원을 조성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먼저 낮은 대지쪽 출입문 앞으로 너비 5m로 키 큰 소나무 정원을 만들었다. 입구부터 쾌적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 경사지 꼭대기인 지상 1층엔 공중정원을 계획했다. 1층인데 높이가 12m에 달해 이 공중정원에서 삼성디지털단지를 비롯한 수원시 일대를 훤히 내려다볼 수 있다. 옥상에도 도시 전체가 한 눈에 쏙 들어오는 옥상 정원을 꾸몄다. 동쪽 건물에도 간병인과 요양병원 직원이 쉴 수 있도록 작은 정원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정원들은 병원을 이용하는 모든 환자와 직원 등에게 편안한 휴식 공간으로 만족도가 높다. 병실 안에서도 정원과 조경 시설물이 잘 보여 내부 전망용으로도 안성맞춤이었다. 병동에는 4개의 크고 작은 휴게 공간을 분산 배치했다. 중앙부 휴게실은 외벽에서 3m 정도 돌출한 유리벽으로 마감해 수원 영통구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민 대표는 요양병원 거주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내부 공간 배치와 인테리어에도 세심하게 신경썼다. 먼저 건물에 들어왔을 때 마치 호텔 로비에 있는 기분이 느껴지도록 안내데스크 공간을 고급 대리석과 목재로 럭셔리하게 장식했다. 전등은 간접조명으로 처리해 시야를 편안하게 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풍기도록 했다.

6인 병실은 환자 침대와 화장실·수납장 등 공용공간을 분리했다. /우림A&C

병원에는 기본적으로 입원한 환자들의 짐이 많다. 민 대표는 병원 인테리어를 할 때 휠체어와 각종 의료 물품, 간병인·가족·면회인이 쉴 수 있을만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도록 신경써야 한다고 했다. 민 대표는 6인 병실 사이에 공용 공간을 만들어 병실과 분리했다. 이 공용 공간에 화장실, 냉장고, 개인 수납장, 휠체어, 간병인 공간을 독립적으로 배치한 것. 민 대표는 “6인 병실에서 화장실 옆 침대를 쓰는 환자는 편히 쉬기 어렵다”면서 “아예 공용 공간은 따로 만들고 병실은 오로지 환자의 침대만 배치하도록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민 대표가 건축주에게 가장 강력하게 제안한 공간은 가족실이다. 요양병원에 머무는 환자나 가족이 생일을 맞거나 가족 모임을 하고 싶을 경우를 대비해 간단한 조리시설이 딸린 20인 규모 모임 공간을 만든 것. 이 공간에는 다목적실과 체육시설이 연결돼 있다.

이 요양병원은 공사기간 20개월을 거쳐 2017년 1월 완공했다. 민 대표는 “환자는 병의원 건물을 보고, 내부를 경험하면서 의료 서비스의 차이를 느끼는 측면이 크다”며 “반드시 필요한 의료 시설과 환자의 치유 환경이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동선을 효율적으로 분리하고, 특히 환자가 오래 머무는 공간 인테리어 등에 특별히 신경을 쓴다면 환자가 답답한 병원 생활을 이겨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