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부동산이나 유가증권 같은 자산에 부과하는 세금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둘째로 많다는 통계가 나왔다. 2020년 기준 자산의 취득과 보유, 상속·증여에 부과되는 세금이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비교한 결과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관련 세제를 대폭 강화한 탓에 경제성장세보다 납세자의 부담이 훨씬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지적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인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연합뉴스

20일 OECD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GDP 대비 자산세(taxes on property) 비율은 3.98%로 조사 대상 36국 중 캐나다(4.15%)에 이어 둘째로 높았다. 영국(3.86%), 미국(3.05%), 일본(2.63%) 등 주요 선진국을 모두 제쳤다. 2016년 11위였던 순위가 4년 만에 2위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한국의 자산세는 51%나 늘었다.

OECD가 집계하는 자산세 핵심 항목은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상속·증여세, 자산거래세(취득세·증권거래세) 세 가지다. 한국의 자산거래세 비율(2.4%)은 OECD 평균(0.4%)의 6배에 달하는 압도적 1위였다. 2020년 젊은 층의 ‘패닉바잉(공황매수)’으로 전국 주택 거래량이 역대 최고로 치솟고, 코로나 상황에서도 주식시장이 활황을 누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상속·증여세(0.54%)는 3위, 부동산 보유세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4%로 13위였다. 2016년 22위였던 보유세 순위는 4년 새 9계단 뛰었고, 같은 기간 보유세 증가율(50.5%)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한국의 GDP 대비 자산세 비율은 2016년 OECD 국가 중 11위에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9위로 올랐다. 2018~2019년엔 2년 연속 6위를 지키더니 2020년 최상위권으로 치솟았다. 경제성장 속도가 납세자의 세금 부담 증가를 못 따라갔다는 뜻이다.

실제로 2016년 1740조원이었던 한국의 명목 GDP는 2020년 1933조원으로 11.1%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OECD가 집계한 한국의 자산세 증가율은 51%에 달한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경제성장보다 세금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건 정부가 민간 경제 주체의 비용을 과도하게 증가시켰다는 뜻”이라며 “현 정부는 부동산과 관련한 모든 세금을 대폭 늘리고도 집값은 못 잡고, 무주택 서민의 주거 불안만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패닉바잉+다주택자 규제에 세수 급증

문재인 정부 들어 자산세 주요 항목이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2020년의 경우 자산거래세와 상속·증여세가 눈에 띄게 늘었다. OECD 통계에서 한국의 자산거래세는 2019년 288억7900만달러(약 34조4093억원)에서 2020년 390억5800만달러(약 46조5376억원)로 35.2% 늘었다. 상속·증여세는 1년 사이 23% 증가했다.

자산거래세 증가는 부동산 취득세가 급증한 영향이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2020년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127만930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9%, 직전 5년 평균 대비 31.7% 많다. 거래가 급증하면서 취득세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주택 취득세는 집값이 비쌀수록 세율이 오르는 구조다. 2017년 5월 6억700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2020년 9월 10억원을 돌파했다. 9억원이 넘는 집은 취득세가 3.3%에 달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2020년 상반기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지금이 아니면 평생 집을 못 산다’는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라며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무주택자들의 불안 심리가 정부 세금 수입을 크게 늘려준 셈”이라고 말했다.

증여·상속세가 늘어난 것 역시 정부 정책의 영향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2018년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율이 10~20%포인트 올라가면서 집을 처분하는 대신 자녀에게 증여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2017년 8만9312건이던 전국 주택 증여는 2020년 12만837건으로 늘었다.

◇양도세 더하면 부동산稅 세계 1위

OECD가 집계한 자산세에는 주식이나 부동산을 양도하면서 발생하는 자본 차익에 부과하는 세금(tax on capital gain)이 빠져 있다. 이 세금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한국이 1.23%로 1위다. 우리나라는 극소수 대주주를 제외하고는 주식 양도세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부동산 양도소득세로 볼 수 있다. 한국보다 자산세가 높거나 비슷한 캐나다⋅프랑스는 OECD에 집계된 양도세 비율이 0%다. 자산세에 양도세까지 더하면 한국은 OECD에서 세금을 가장 많이 물리는 국가다.

OECD가 2021년 통계를 업데이트하면, 한국의 과도한 세금 부담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아파트 공시가격을 전국적으로 20% 가까이 올렸고, 다주택자와 법인의 종부세율도 최고 6%로 높이면서 재산세와 종부세 세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정수연 제주대 교수는 “코로나로 온 국민이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세금을 줄여줘도 부족할 판에 우리 정부는 전방위적인 증세 정책을 펴고 있다”며 “증세로 인해 늘어난 사회적 비용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