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임대차 계약의 추가 2년 갱신을 의무화하고 임대료 상승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새 주택임대차법이 시행된 후 집주인(임대인)과 세입자(임차인) 사이의 분쟁이 법 개정 전보다 5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입자 권익 보호, 전·월세 시장 안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현실과 괴리가 커서 시장의 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7월 새 주택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이 법 개정 전보다 월평균 5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1일 전·월세 안내문이 붙은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21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올해 1~11월 전국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임대차 계약 갱신·종료 관련 분쟁은 총 215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81건)의 2.7배에 달했다. 특히 작년 7월 말 임대차법 개정 후 지난달까지 매달 평균 18.5건의 분쟁이 접수됐다. 계약갱신청구권이나 전·월세 상한제가 시행되지 않았던 2019년 월평균 분쟁(3.6건)의 5배가 넘는 수치다.

임대차법 개정 이후 1년 반이 지났지만, 세입자와 집주인 간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부한 후 집을 처분하는 사례와 관련된 갈등이 늘어나는 추세다. 현행 임대차법은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고서 2년간 다른 세입자를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2년 안에 집을 팔아버리는 것이 적법한지에 대한 판단은 없다. 세입자 입장에선 소송하지 않고서는 시비를 따지기 어렵다. 하지만 생업에 바쁜 세입자들이 별도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승리가 확실하지도 않은 소송을 진행하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처럼 개정 임대차법에 따른 혼란이 여전한 가운데 정부가 지난 20일 ‘분쟁 조정 성공 사례집’을 배포하자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잘못된 정책으로 여러 국민을 불필요한 분쟁에 휘말리게 하고, 전국적으로 전·월세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정책 홍보성 책자를 내놓는 게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분쟁 해결 사례집을 배포할 게 아니라 애초에 분쟁이 없도록 정책 도입 전에 시장 영향을 면밀하게 검토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