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집값 상위 20% 아파트의 평균 매매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15억원을 돌파했다. 최근 1년 사이 3억원 가까이 오르며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는 ‘대출 금지선’을 넘어선 것이다. 다시 말해 수도권 아파트 5채 중 1채는 ‘현금 부자’만이 살 수 있게 된 셈이다.
9일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10월 수도권 5분위(상위 20%) 아파트값 평균은 15억307만원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3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수도권 상위 20% 아파트값은 7억2133만원으로 4년 반 만에 108% 오른 것이다. 2019년 8월(10억297만원) 10억원을 돌파했는데, 2년 2개월 사이에 5억원이 더 뛰었다. 1년 전인 작년 10월(12억2754만원)과 비교하면 2억7553만원 올랐다. 지난달 서울의 상위 20% 아파트값은 23억673만원에 달한다. 전국 상위 20% 아파트값 역시 11억원(11억607만원)을 돌파했다.
현재 서울 모든 지역과 경기 과천·분당·광명·하남·수원·구리 등에서는 15억원 넘는 주택은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정부가 2019년 ‘12·16 대책’을 통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 이상 아파트 매입 때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다만 올 들어 수도권 외곽 지역의 저렴한 아파트 가격이 더 가파르게 오른 탓에 양극화 지표인 5분위 배율(상위 20% 가격을 하위 20% 가격으로 나눈 값)은 오히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6.7에서 10월엔 5.4로 떨어졌다. 올해 수도권 하위 20% 아파트값 상승률은 42%로 상위 20% 상승률(18%)의 배가 넘는다. 정부 규제가 덜한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에 매수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해석된다.
집값이 계속 오르면서 주택 수요자의 금전적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을 뜻하는 PIR(Price to Income Ratio) 지수가 서울 기준으로 지난 6월 18.5를 기록하며 1년 전(14.1)보다 4.4년 늘었다. 평균 수준의 소득을 버는 가구가 평균 가격의 아파트를 사려면 지출 없이 18년 6개월치 소득을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획기적인 주택 공급 확대만이 서민 주거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