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수수료를 기존의 절반까지 내린다고 발표했던 정부가 뒤늦게 수수료율을 0.1%포인트 올릴 수 있는 내용을 추가해 논란을 빚고 있다. 공인중개사업계가 수수료 인하안에 강력 반발하자, 이를 달래기 위한 조치로 관측된다. 부동산 수수료를 절반으로 인하한다고 생색은 다 내고 뒤늦게 한발짝 물러서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거래금액에 따라 상한 수수료율을 최대 0.4%포인트 내리는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이달 16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2일 밝혔다. 개정안에는 정부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방안’에 없었던 문구가 추가됐다. 지자체가 조례를 정할 때 수수료 상한요율을 0.1%포인트 가감(加減)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슬그머니 추가된 ‘0.1% 가감’ 조항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국토부가 시행 규칙을 정하면 각 지자체가 조례를 정해 확정된다. 현행 공인중개사법 시행 규칙은 중개수수료의 ‘상한선’을 규정하고 있어 지자체 조례가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넘을 수 없다. 하지만 개정안에 ‘0.1%포인트 가감 조항’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지자체가 정부 개편안보다 더 높은 부동산 수수료율을 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는 9억~12억원 주택의 매매 거래 수수료율을 최고 0.5%로 정했지만, 지자체가 이를 0.6%로 올려서 시행할 수 있다. 10억원짜리 집을 살 때 중개수수료를 정부는 최고 500만원이라고 했지만, 일부 지역에선 600만원을 내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국토부는 “지자체 사정에 맞게 수수료를 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중개수수료를 대폭 내렸다고 자랑하던 정부가 재량권을 준다는 명분으로 중개사 업계의 반발을 지자체에 떠넘긴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번 수수료 개편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토부와 공인중개사협회는 전체 주택 거래의 90%가 넘는 9억원 미만의 수수료율 조정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중개사들은 고가 주택의 수수료율은 양보하더라도 거래량이 절대적으로 많은 중저가 주택의 수수료율 인하를 방어하려고 했다. 결국 정부는 6억원 미만 매매 거래는 기존 수수료율(0.4~0.6%)을 유지하고, 6억~9억원 구간만 0.5%에서 0.4%로 낮췄다. 그런데 최종 개편안은 이 구간마저도 0.1%포인트를 올릴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준 것이다.
◇중저가 주택은 ‘복비’ 더 오를 수도
지자체가 0.1%포인트 가감 조항을 적용할 경우, 같은 가격의 주택을 사고팔 때 지역에 따라 수수료가 0.2%포인트 넘게 벌어질 수 있다. 6억원 미만의 집을 매매 거래할 때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낼 가능성도 있다. 집값 상승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중개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정부의 애초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이다.
국토부는 “대부분 지자체가 정부 개편안을 따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지만, 향후 주택 경기가 위축되면 공인중개사들이 가감 조항을 근거로 지자체에 수수료 인상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값이 많이 올라 수수료를 내리겠다고 하니, 집값이 떨어지면 수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부동산업체는 정부 개편안과 별개로 중개수수료 인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반값 수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동산 중개 플랫폼 ‘다윈중개’는 15억원 이상 주택 거래 때 정부 상한(0.7%)의 절반인 0.35%의 고정 수수료를 받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