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중심으로 영업 중인 온라인 부동산 중개 업체 ‘다윈중개’는 지난달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고발당했다. 중개사협회는 “통신판매업자로 등록된 다윈중개가 중개 법인인 것처럼 영업·광고하고 있어 공인중개사법에 위반된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중개사협회가 다윈중개를 고발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두 번의 고발은 모두 불기소 또는 기각 처분을 받았다.
최근 몇 년 사이 집값이 급등하고, 부동산 중개 수수료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저렴한 중개 수수료를 앞세운 프롭테크(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 업체가 중개사협회와 갈등을 빚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선 “중개 시장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고 중개사협회가 온라인 기반의 플랫폼 업체를 견제하는 모양새”라며 “혁신 스타트업과 특정 업계의 이익이 충돌하는 ‘타다’나 ‘로톡’ 사태와 닮은 꼴”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 업체 고발한 중개사협회
2019년 설립된 다윈중개는 직원 수 10명 정도 되는 스타트업으로 집을 사는 사람에게 법정 중개료율의 절반의 수수료를 받고, 매도자에겐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현재 수도권에서 공인중개사 약 1000명이 다윈중개와 협력하는데, 상당수가 자격증은 갖고 있지만 사무실 임차료 등이 부담스러워 개업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다윈중개는 “중개사의 영업 비용을 절감해 수수료를 낮춘 게 핵심 사업 모델”이라고 설명한다.
중개사협회는 다윈중개가 ‘부동산 중개 법인’이 아니라는 이유를 문제 삼고 있다. 협회는 최근 서울교통공사에 “’반값 중개’라는 문구가 담긴 다윈중개의 지하철 광고를 중단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고, 지난 5월부터는 협회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다윈중개의 협력 중개사 모집 글을 삭제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다윈중개는 중개 법인 소속 중개사가 아닌, 협력사를 모집하는 개념이어서 협회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윈중개처럼 저렴한 중개 수수료를 내세우는 ‘우대빵중개법인’도 최근 중개사협회의 한 지회(支會)에 소송당했다. 우대빵 소속 중개사가 영업 과정에서 협회 소속 중개사들을 비방했다는 게 이유다. 중개사협회는 지난 5월 이사회를 열고 온라인 플랫폼과 소송을 진행하는 회원사에 지원금 최대 500만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국내 부동산 관련 플랫폼 중 가장 규모가 큰 ‘직방’은 최근 “일선 중개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3D(3차원) 영상과 가상현실(VR)을 활용한 매물 중개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는데, 협회는 직방과의 협업에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중개 업소의 광고비로 성장한 직방이 일선 중개사들과 경쟁하는 건 상도의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중개사들, 거대 플랫폼에 종속될 우려”
중개사협회는 “온라인 기반 부동산 중개 업체의 무분별한 시장 진출이 영세 자영업자인 공인중개사의 생계를 위협하고, 부동산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금도 포화 상태인 중개 시장에 플랫폼 기업이 가세하면 출혈 경쟁만 심해지고, 결과적으로 중개사들이 플랫폼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온라인 중개 업소 때문에 불법 영업이나 시장 교란 행위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반면 온라인 중개 스타트업들은 “테크를 활용해 VR 매물 보기 등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개 수수료도 대폭 내려 소비자에게 더 큰 이익을 줄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한 프롭테크 업체 관계자는 “부동산 산업에 혁신과 발전이 필요한 것은 정부와 소비자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라며 “기존 이익집단이 ‘밥그릇 지키기’에만 골몰한다면 혁신 기술 도입과 신산업 발전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조만간 부동산 중개 수수료 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중개 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도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온라인 기반의 중개 업체와 기존 중개사 간의 상생에 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