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부터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가운데 강남권에 주변 시세보다 수억원 저렴한 전셋집이 공실로 남아있는 이유는 뭘까? 하지만 이 전셋집들은 일반적인 무주택 전세 수요자에겐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2021년 3월 1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에서 가장 고가의 공시가격을 기록한 공동주택인 서울 강남구 '더펜트하우스 청담'(PH129)의 모습. 이 아파트 전용 407.71㎡의 공시가격은 163억2000만원이다. /오종찬 기자

4일 SH(서울주택도시공사)에 따르면, 현재 비어 있는 서울 내 장기전세주택 약 170가구의 입주자 모집 공고가 8월 나올 예정이다. 장기 전세는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최장 20년간 살 수 있고, 임대료 인상도 2년에 5%로 제한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기존 세입자가 집을 샀거나, 소득 증가 등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면 새로 입주자를 모집한다.

이번에 입주자를 모집하는 장기전세 중에는 평당 매매가가 1억원이 넘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59㎡ 5가구를 비롯해 강남구 역삼동 ‘역삼자이’(6가구), ‘테헤란아이파크’(1가구) 등 강남권 아파트도 있다. 이들 단지는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단지 안에 장기전세주택을 함께 지었다.

SH는 통상 장기전세 임대료를 시세의 80% 수준으로 책정하는데, 집값이 비싼 강남에서는 전세 임대료가 주변 아파트보다 수억원 저렴하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요즘 전세 시세가 15억원이 넘어 이번 SH 장기전세는 실거래가보다 최소 5억원은 저렴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세입자의 소득 기준이다. 장기전세주택에 입주하려면 가구 소득이 ‘도시근로자 월평균’보다 적어야 한다. 3인 가족 기준 603만원, 4인 가족은 709만원이다. 이 조건을 충족하면서 10억원 가까운 강남 일대 장기전세 보증금을 낼 수 있는 전세 수요자는 찾기 힘들다는 것.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장기전세주택은 소득은 낮으면서 현금은 많은 사람에게만 유리한 구조”라며 “자칫 현금 부자들이 혜택을 독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 등 현실적으로 서민들이 전세로 살기 어려운 지역에 무리하게 공공임대주택을 넣기보다는 현금 기부를 받아 주거 복지에 쓰는 것이 낫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