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에 ‘청약 광풍’이 불면서, 분양하는 건설사조차 너무 높은 경쟁률을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한 건설사는 홍보 대행사에 “열심히 홍보할 필요가 없다”는 이례적인 주문을 했습니다. 홍보를 전혀 안 해도 어차피 수만 명이 몰릴 텐데, 굳이 언론에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주목받기 싫다는 겁니다. 다른 건설사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분양 흥행에 목을 매는 건설사들이 홍보에 소극적이 된 것은 언론이나 온라인에서 ‘로또 청약’ 대명사로 언급되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청약 시장 과열은 정부 정책 실패 탓이 큰데 굳이 우리 아파트 경쟁률이 이만큼 높았다고 떠들어서 정부의 심기를 거스를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언급한 재작년 하반기 이후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공급이 더 줄어들 것이란 불안감에 청약 수요가 폭발한 겁니다. 새 아파트 수요는 많은데 그만큼 공급은 안 되고, 분양권·입주권 거래도 서울에선 대부분 막혀 있습니다. 그러자 서울 청약 경쟁률은 재작년 31대1에서 작년 88대1로 껑충 뛰었습니다. 요즘엔 100가구 미만 초미니 단지도 경쟁률이 수백대1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존 집값이 급등한 것도 청약 광풍의 한 원인입니다. 곧 분양하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는 소형 평형조차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웬만한 중산층은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입니다. 하지만 주변 아파트값이 워낙 오른 탓에 당첨만 되면 10억원 이상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로또 아파트’가 됐습니다.

청약 경쟁률 고공행진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공급 확대를 약속했지만, 전문가들은 ‘장밋빛 청사진에 가깝다'고 지적합니다. 결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에 실패하면서 분양하는 건설사조차 부담스러운 청약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