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건물을 한가지 용도로만 써서는 안됩니다. 예컨대 지하철역 상부에는 주거와 업무·상업시설이 어우러진 복합건물을 짓고, 지하는 10층 정도까지 파서 도심형 물류센터나 데이터센터를 만들어 토지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지난 4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부동산 변화 전망을 담은 드로르 플렉의 저서 ‘부동산을 다시 생각한다’ 국내 출간을 계기로 땅집고가 주최한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향후 부동산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융복합’과 ‘디지털화’를 꼽았다. 이 책은 2020년 미국 부동산 언론인협회(NAREE)가 최고의 도서로 선정했다. 좌담회에는 국내 디벨로퍼 업계를 이끌고 있는 김승배 부동산개발협회 회장(피데스개발 대표)과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가 참석했다.

김승배 부동산개발협회 회장. /박기홍 땅집고 기자

김 회장은 부동산 용도 융복합의 대표 사례로 이른바 ’15분 도시'(fifteen minutes city)를 꼽았다. 15분 도시란 자동차를 타고 15분 이내 거리에 쇼핑몰·학교·병원·문화시설·공공기관·공원 등 각종 생활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을 말한다. 15분 도시를 구현하려면 하나의 토지를 최대한 복합 용도로 개발해 이동 동선을 줄여야 한다. 김 회장은 인구 구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용도 융복합은 필수적이라고 했다. 예컨대, 앞으로 1~2인가구가 급증하면 34평 주택도 클 수 있기 때문에 남는 3평짜리 방 한칸에 샤워부스를 넣어 임대용 숙박시설로 활용하거나 식물공장으로 개조해 수익을 내는 획기적인 방식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사람들이 활동하는 방식이 달라지면 이를 담아내는 하드웨어(물리적인 공간)와 소프트웨어(공간을 활용하는 방법)도 변하기 마련”이라면서 “주택이 단지 주거 공간만이 아닌 업무와 엔터테인먼트를 함께 담는 그릇이 될 수 있고, 리테일과 물류가 한 공간에 공존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융복합은 이른바 ‘부동산의 미분과 적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 바로 ‘프롭테크(prop-tech·부동산과 기술을 합친 용어)’라는 것. 그는 “프롭테크가 부동산 시장의 융복합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 /박기홍 땅집고 기자

서 대표는 국내 부동산 시장의 용도 융복합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현행 건축 심의제도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주거용도로 정한 땅에는 집만 지을 수 있고, 상업용도로 정한 땅에는 상가나 오피스로만 개발해야 한다. 서 대표는 “현행 도시계획 제도는 토지를 법률상 허용하는 용도 외 나머지 용도로 개발하는 것은 전부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이라며 “갈수록 가용 토지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간 융복합에 대응하려면 ‘네거티브 규제(금지된 용도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것)’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이 부동산을 개발하려면 수 많은 심의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심의 기준조차 애매모호하다. 이 때문에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개발 사업이 엎어지거나 사업 기간이 기약없이 미뤄지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유럽이나 일본처럼 건축 가이드라인은 명확하게 하는 대신 심의 절차는 최소화해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창의적인 융복합 건축이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