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기관장들과 온라인 간담회 - 5일 오후 열린 ‘주택 공급 기관 간담회’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온라인 영상회의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 변 장관은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곳에 충분한 물량의 고품질 주택을 민관 협력을 통한 패스트트랙으로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문재인 대통령이 5일 “혁신적이고, 다양한 주택 공급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한 데 이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민간과 협력해 국민이 원하는 분양 아파트 위주로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변 장관은 이날 오후 ‘주택 공급 기관 간담회’를 열어 “주택 공급 확대는 공공(公共)의 역량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고도 말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앞세운 공공 주도 공급과 임대주택 확대를 강조해온 정부의 주택정책 기조에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신규 공급은 국민이 원하는 아파트 위주로”

변 장관은 이날 온라인 영상회의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공공 주도 일변도의 공급 방식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을 안다”며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입지에 충분한 물량의 고품질 주택을 민관 협력을 통한 패스트트랙으로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변 장관이 취임사에서 ‘설 전에 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르면 이달 안에 발표할 수 있게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변 장관은 수도권을 비롯해 지방 대도시에서 지하철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빌라촌 등 저층 주거지를 고밀 개발하는 구체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지하철 역세권 범위를 현재 반경 350에서 500로 늘리고, 용적률도 평균 160%에서 300%까지 완화하는 것이 유력하다. 준공업지역에서는 주거와 산업시설이 혼재하는 ‘앵커 시설’을 조성한 다음, 그 주변부를 개발하는 방식이 추진될 전망이다. 산업 부지 비율을 낮추고 주거 시설의 용적률을 올리면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내 준공업지역은 시 전체 면적의 3.3%(1998만㎡)로 영등포구·구로구·금천구 등에 집중돼 있다.

정부가 준비 중인 공급 대책에는 변 장관이 교수 시절부터 주장해 온 ‘공공(公共) 자가주택’ 공급 방안도 포함될 전망이다. 주변 시세의 50~60%에 공급되는 공공 자가주택은 토지 소유권이 아닌 건물만 팔아 분양가를 낮추는 토지임대부 주택, 집주인이 나중에 공공기관에 집을 되파는 환매조건부 주택 등이 있다. 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신규 주택은 분양 아파트를 중심으로 공급해야 하지만, 소비자의 선택권 확보를 위해 공공 자가주택과 공공 임대주택을 혼합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집값 잡기에 ‘올인’한 정부, 민간에 협력 요청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에 민간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나선 데는 정치적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 동반 하락 배경에는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민심 이반이 가장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주택 공급 확대가 필요하고, 공공 주도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지난 10년간 국내 주택 공급 총량의 82% 정도를 민간이 해왔다”며 “이번 정부 들어 민간의 주택 공급 역할만 정상적으로 가동됐어도 최근의 주택난은 안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변 장관이 주재한 간담회에는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한국부동산개발협회 등 민간단체 대표들도 참석했다. 한 참석자는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집값 잡기에 ‘올인’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민간 건설사와 디벨로퍼 업체 대표를 주택 공급 기관으로 인정해 (간담회에) 불렀다는 것만 봐도 정부의 ‘인식 변화’로 인정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책 수립 과정에서 민간을 포함해 외부 기관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통상적인 업무지만, 장관이 직접 나서는 것은 드물다”고 말했다. 다만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한국주택협회 등 건설업계 참석자는 변 장관에게 신규 주택 건설 활성화를 위해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관리, 임대주택 관련 세제·금융 지원, 건축 관련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변 장관은 “민간의 공급을 위축시키는 규제가 있다면, 개선 사항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