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에는 공공 임대주택을 제외하고 대단지 아파트가 하나도 없다. 제일 큰 단지가 325가구 규모의 ‘삼진아파트’인데, 입주 30년이 넘은 낡은 단지여서 가장 큰 평형(전용면적 56㎡) 시세가 6000만원이 안 된다. 그런데 의창구가 지난 17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동읍 지역도 서울·분당·세종과 같은 수준의 대출·세금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 동읍의 한 주민은 “부동산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이 단 한 번이라도 우리 동네에 와봤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17일 전국 37곳을 신규 규제 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후 지방 중소 도시를 중심으로 불만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수도권과 비교하면 여전히 집값이 저렴한 편이고, 같은 지역에서도 동(洞)별로 제각각인 시장 상황을 무시하고 시·군·구 단위로 일괄 규제를 적용한 탓에 서민들만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비(非)규제 지역이다가 ‘조정대상지역’을 건너뛰고 단번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창원 의창구다. 의창구 내에서 동읍·북면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아파트값이 턱없이 낮고, 미분양도 많은 허허벌판 시골을 무슨 근거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느냐” “탁상행정의 끝판왕” 등의 글을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 올리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의창구 동읍 ‘대한아파트’는 전용 59㎡ 아파트의 이달 실거래가가 6500만원이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지역 주민들도 국토부 홈페이지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에 항의 글을 올리고 있다. 경기도 양주 장흥면의 한 주민은 국토부 홈페이지에 “아파트라고는 달랑 빌라 몇 개 띄엄띄엄 있고, 건축 중인 빌라들도 80% 미분양”이라고 적었다. 전남 순천의 한 주민은 “비규제 지역 확인 후 아파트 분양권을 샀는데, 갑자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대출이 막혔다”며 “투기꾼들은 이미 (차익 챙겨서) 튀고, 실거주자만 막대한 재산 피해를 본다”고 했다.

부산·대구 등 지방 광역시에서도 “집값이 비싼 다른 지역과 한꺼번에 묶여 같은 규제를 받는 건 불공평하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주 조정대상지역에 추가된 부산 사상구 거주 한 누리꾼은 “전용면적 84㎡가 1억5000만원 하는데 해운대·수영과 같은 규제 지역인 게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해운대·수영의 인기 아파트는 같은 면적 매매 가격이 10억원이 넘는다.

이번에 규제를 피한 지역에선 아파트 매물이 줄어들고 가격이 오르는 등 벌써 ‘풍선 효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충남 천안과 인접한 아산이 대표적이다. 아산 배방읍 ‘요진와이시티’ 전용면적 84㎡는 규제 직전인 16일 5억8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금 호가(呼價)는 7억원으로 치솟았다. 경남 양산, 경북 구미, 강원 원주 등에서도 아파트값이 들썩이는 분위기다. 정수연 제주대 교수는 “집값이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뒤 뒤늦게 규제를 하는 정부 부동산 정책이 시장 상황을 계속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