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형동 의원의 질의에 "저희 집 정도는 디딤돌 대출로 살 수 있다"고 말해 이웃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왕따’가 될 위기에 처했다. 김 장관이 10일 국회에서 자기 집을 “5억원이면 살 수 있다”고 예를 든 것을 두고 이웃 주민들이 “사과하라”며 규탄 성명을 내놓았다.

김 장관이 거주하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하이파크시티’ 아파트 주민연합회는 10일 밤 온라인 카페를 통해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입주민들은 카페 매니저가 올린 성명에서 “본인 소유 아파트의 정확한 시세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부정확한 가격을 언급했다”며 “수도권에서 가장 저렴한 아파트로 오인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입주민들은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이어 “타지역과 집값 양극화가 더욱 심해져 가격에 의한 거주 이전의 자유가 박탈된 상황에서 하이파크시티 주민의 자산 가치를 조롱 내지 폄하한 국토부 장관의 부적절하고 개념 없는 발언을 엄정히 규탄한다”며 “해당 발언에 대해 주민들에게 사과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캡처.

문제가 된 김 장관의 발언은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것이다. 김 장관은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의 실효성을 두고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과 입씨름을 벌였다. 김 의원이 5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가능한 “디딤돌 대출 한도가 낮다”고 지적하자, 김 장관은 수도권에도 5억원 이하로 살 수 있는 집이 있다고 반박하며 “저희 집 정도는 디딤돌 대출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하이파크시티 주민연합회는 “그렇게 싼 데 일산은 왜 조정지역이냐”며 반발했고, 지난 9월25일 5억7900만원에 매매된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를 온라인에 올리기도 했다.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김 장관이 올해 초 고양 일산서구청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가 ‘집값 하락’ 등을 이유로 항의하는 주민을 향해 “그동안 동네 물이 나빠졌네”라고 말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3선 의원인 김 장관은 19대·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경기 고양 지역구에서 당선됐지만, 올해 21대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