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자금이 풍부한 기업들의 신규 사업 진출 욕구가 거의 회복됐습니다. 게다가 초저금리 상황에서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한 것도 기업을 매각하는 입장에선 유리한 국면입니다.”

중소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인 ‘다딜솔루션’ 황호승 대표

중소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인 ‘다딜솔루션’ 황호승 대표는 11일 땅집고 인터뷰에서 “기업 매각은 시장 논리에 따라 진행되는데, 수요(매수자)가 많고 자금이 풍부한 지금이 매도자에게 제법 괜찮은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M&A 시장에서 20년 동안 활동한 업계 최고 전문가다. 회계사(CPA) 출신인 황 대표는 2001년부터 구조조정 전문 회사 ‘프론티어CRC’에서 근무하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2006년 독립해 다딜솔루션을 창업했다. 지금까지 IT·제조업의 중소기업 등 50여 건의 우호적 M&A를 성사시켰다.

연 매출 1000억~2000억원이 넘는 기업들은 통상 대형 회계 법인과 로펌·증권사를 통해 기업 매각을 진행한다. 연 매출 100억~500억원 사이의 기업들은 대형 회계 법인이 M&A를 주관하기에는 규모가 작고, 그렇다고 개인 간 거래로 사고팔기에는 너무 규모가 크다. 황 대표가 활동하는 분야가 이 규모의 기업 M&A 시장이다. 그는 “알짜 기업은 매출 규모가 다소 작더라도 매수자만 잘 찾으면 충분히 제값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팔기로 결심했다면, 성장 중일 때 팔아야 제값 받을 수 있어"

건실한 기업들이 매수자를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창업자의 2·3세가 다른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거나, 경영에 관심이 없는 경우 또는 산업구조 변화에 맞추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부담스러운 회사들은 M&A를 통해 경영권을 양도하는 것이 최적의 선택이 될 수 있다. 또 엄청난 상속세를 부담하고 회사를 유지하기 힘든 경우에도 기업 매각을 시도한다.

과거에 비해 매수자 시장도 발달했다. 다딜솔루션 황 대표는 “과거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이후부터 상장한 코스닥 기업들이 기업 매수자로 새롭게 등장했다”며 “자본시장도 발달해 사모펀드 등을 통한 인수 자금 조달도 수월하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매각 대상 기업만 경쟁력이 있다면 지금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이기도 하다. 황 대표는 “기업이 어려워질 때 매각에 나서면 그때는 매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고, 제값을 받기도 쉽지 않다”며 “어차피 기업을 매각하기로 결심이 섰다며 성장 중인 우량 기업인 상태에서 매각에 나서는 것이 매도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기업 인수 합병 시장에서 몸값이 높은 업종으로 2차전지, 환경(재활용),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 바이오, 헬스케어, 핀테크, 콘텐츠 기업을 꼽았다. 일반 제조업 회사라도 현금 흐름이 안정적이거나, 규모는 작아도 독점적인 기술이나 확고한 시장을 확보한 업체들도 몸값이 높다.

◇ “적절한 타이밍, 냉정한 평가가 성공적 기업 매각의 핵심 요소”

기업을 매각할 때 좋은 값을 받으려면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외부 감사 대상이 아니라면 임의 감사를 받아 회계 자료를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황 대표는 “통상 기업들이 절세를 위해 매출을 축소하거나 비용이나 인건비를 과다하게 회계 장부상에 반영하는 경우가 있다”며 “매각 하기 전 이런 부분을 바로잡고 이익과 매출을 정상화해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치(Valuation)가 높은 회사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닌 만큼 시장에서 최적의 매수자를 찾아야 한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신규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혹은 안정적인 현금 기반(캐시카우)을 확보하기 위해 업종이 전혀 다른 이종(異種) 기업을 인수하려는 시도가 많다. 경험이 많고, 네트워크가 강력한 M&A 전문가일수록 매수자에 대한 정보가 풍부하고, 최적의 조합을 만들 수 있다.

황 대표는 회사를 계속 발전시킬 수 있는 유능한 인수자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황 대표는 “실제 20년 정도 M&A를 해 보니 오너들이 기업을 판 뒤에도 다른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면 기존 회사 직원이나 과거의 거래 업체들과 관계를 완전히 끊을 수 없는 경우가 많더라”며 “매각한 기업이 잘 성장하고 있어야 매각 이후 시작하는 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M&A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로 ‘타이밍’과 ‘냉정한 평가’를 꼽았다. 그는 “주변에서 들리는 좋은 말만 듣고 자신의 기업 가치를 과대 평가하다가 매각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전문가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고, 때로는 쓴소리도 들어가면서 기업 매각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