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서울의 한 아파트 전셋집에 입주한 직장인 A(38)씨는 부동산 중개수수료(복비)를 내느라 급히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 중개사가 7억원짜리 전셋집의 복비로 500만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A씨는 “전세 매물이 워낙 없어서 복비를 깎을 엄두도 못 냈다”며 “전셋값 오른 것도 서러운데 복비까지 수백만원을 내고 나니 화가 치밀었다”고 말했다.

집값·전셋값 급등의 여파로 서민·중산층의 이사 비용 부담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를 사는 사람은 취득세에 중개수수료까지 내느라 수천만원을 지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전세 세입자 역시 적잖은 돈을 내야 할 판이다.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집이 달라진 것도, 중개사의 서비스가 달라진 것도 아닌데 복비까지 올라갔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분노의 표적이 된 중개사들은 “법에 정해진 대로 따를 뿐”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평균 가격대 아파트를 살 때 비용

◇서울 평균값 아파트 이사 비용 861만원→4138만원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거래 금액에 따라 최고 요율이 다르다. 서울 기준으로 매매의 경우, 9억원 미만은 0.4~0.6%, 9억원 이상은 0.9%다. 원래 최고 요율 적용 가격이 6억원이었는데 2014년 9억원으로 높였다. 9억원 넘는 집은 고가주택이란 인식이 이런 결정의 배경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값이 급등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9억8503만원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의 절반 이상이 최대 요율을 적용받게 된 것이고, 이 때문에 주택 소비자의 복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2016년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5억7388만원이었다. 이 금액대 아파트(전용면적 85㎡ 이하)에는 1.1%의 취득세율과 0.4%의 중개수수료율이 적용된다. 당시 평균 가격 아파트를 샀다면 취득세와 복비로 최대 861만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올해 8월 평균 가격의 집을 샀다면 3.3%의 취득세율과 0.9%의 수수료율을 적용받아 최대 4138만원을 지출해야 한다. 거래 비용이 4년 새 거의 5배로 늘어난 셈이다. 복비만 따지면 230만원에서 887만원으로 거의 4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서울 전세의 경우, 6억원이 넘으면 최고 수수료율(0.8%)을 적용받는다. 8월 중순 기준, 서울의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5억1011만원으로 아직 6억원보다는 낮지만, 주택임대차법 개정 이후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세입자들은 전셋값에 복비 부담까지 크게 늘어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서민·중산층까지 복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여론이 확산하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중개수수료 개선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중개사들 “법대로 받을 뿐인데”

공인중개사들은 중개수수료에 대한 비난 여론과 정부의 수수료 개편 움직임에 대해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정한 요율에 맞춰 수수료를 받는 것일 뿐, 법을 어긴 것도 아닌데 ‘공공의 적’으로 매도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성동구 B공인 관계자는 “최근에는 거래가 워낙 없어 중개사무소 간 경쟁이 심한 탓에 아파트 매매 거래의 경우 최고 수수료의 절반 정도 받는 게 일반적”이라며 “중개사가 집값을 올린 것도 아닌데 사회적 비난이 쏠리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해외보다 국내 중개수수료율이 낮다는 점도 중개사들이 수수료 개편에 반발하는 이유다. 미국은 뉴욕주에서 6%의 중개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캐나다(3~7%), 영국(2~3.5%) 등 영어권 국가와 유럽, 일본도 2~10%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개업소들 역시 거래 급감과 코로나 등의 여파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단순히 수수료를 낮추는 것보다는 소비자와 중개사 모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고수수료율 적용 구간을 현실화하는 방식으로 서민·중산층의 복비 부담은 낮추되,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중개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선종 건국대 교수는 “외국은 대형 중개법인이 매매대금 에스크로(제3자 보관), 입주 및 퇴거 전 하자 점검 등 매매 전반을 체계적으로 서비스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기꺼이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이렇게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중개사들이 혁신 노력을 하고 정부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