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일으킨 변동성 장세 속에서도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80조원가량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난 7일 기준으로 공시한 5% 이상 지분 보유 상장사 291개의 주식 평가액은 323조7589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4분기 245조2082억원보다 78조5507억원 늘어난 셈이다. 이 기간 국민연금의 주식 운용 수익률은 32.0%로 집계됐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뉴스1 제공

◇1등 공신은 ‘삼전닉스’

국민연금의 주식 가치가 급증한 배경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파른 주가 상승이 꼽힌다. 국민연금의 1분기 삼성전자 보유 지분율은 7.75%, SK하이닉스는 7.50%다. 두 종목의 지분 평가액은 석 달 동안 각각 63.8%, 40.7% 폭등해 90조1223억원, 48조985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 국민연금의 전체 주식 평가액 증가분에서 ‘삼전닉스’가 기여한 비중만 62.7%에 달하는 등 사실상 주식 가치 증가의 ‘1등 공신’이라는 평가다. 주식 평가액 증가분 순으로 현대차(2조6418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2조4326억원)가 뒤를 이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삼성전자 제공

◇코스닥 종목 매입도 늘려

올해 들어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동안 22개 종목이 새롭게 국민연금의 ‘5% 이상 지분 보유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코스피 상장사가 8개, 코스닥이 14개다. 대표적으로 대주전자재료의 지분율은 지난해 5%에서 1분기 10.01%로 늘었다. 이어 비나텍(8.68%), RF머트리얼즈(7.43%) 등의 지분율도 크게 높아졌다.

반대로 지난해 말까지 5% 이상 지분을 보유했다 1분기에 5% 아래로 떨어진 종목은 코스피 상장사 7개, 코스닥 8개다.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코스닥 종목의 매입을 늘리고, 코스피는 투자 비중을 줄인 결과로 풀이된다.

전체 보유 종목을 놓고 보면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종목은 260개에서 276개가 됐다. 10% 넘는 지분을 보유한 종목도 34개에서 37개로 늘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의 증시 부양 기조에 발맞춰 국민연금도 국내 주식 매수세를 키우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의 ‘큰손’으로 존재감이 커지는 데다 의결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돌아선 만큼 앞으로 증시에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