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이후 글로벌 거시경제의 최대 변수는 원유 공급망 회복이지만, 한국은 유가보다 반도체 수출이 더 중요합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 /NH투자증권 제공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은 무역수지에 부담이지만, 반도체 수출 증가를 감안하면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안 연구원은 조선일보·에프앤가이드가 공동 주관한 ‘2025년 리서치 우수 증권사 및 베스트 애널리스트’ 평가에서 ‘이코노미스트’ 부문을 수상했다.

안 연구원은 이번 전쟁 국면에서 한국 증시가 주요국 대비 더 크게 흔들린 배경으로 높은 수출 의존도를 꼽았다. 안 연구원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에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의 핵심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 대해선 “경기 민감도가 높아 사실상 원자재에 가까운 성격을 가진다”고 진단했다.

다만 한국 경제의 방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여전히 반도체란 게 안 연구원 설명이다. 그는 “반도체 수출 금액이 원유 수입의 두 배를 넘는 상황에서 결국 한국 경제의 흐름은 반도체가 결정한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4분기 기준 반도체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로, 코로나 이전 5~6% 수준 대비 크게 높아졌다. 안 연구원은 “반도체 호황이 법인세 증가로 이어지며 재정 여력 확대에도 기여했다”며 “반대로 업황이 꺾이면 세수 감소와 경기 둔화 압력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향후 국내 반도체 업황은 대외 수요, 특히 미국 빅테크의 IT 투자 확대 여부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안 연구원은 “미국 IT 투자가 늘어나면 반도체 수출도 확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고, 중국 내 AI 관련 수요 확대 역시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올해 3월 기준 한국의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151%를 기록했는데, 이렇게 높은 숫자가 계속 이어지기는 어렵다”며 “기저 효과를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증가율이 둔화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