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의 거물들이 은행권 밖의 고금리 대출인, 이른바 ‘사모 대출’ 시장의 취약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최고경영자(CEO)는 투명하지 않은 사모 대출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투자자들이 일시에 돈을 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Warren Buffett) 버크셔 해서웨이 이사회 의장은 사모 대출 시장의 부실이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옮겨 붙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이먼 CEO는 6일 공개된 연례 주주서한에서 사모대출 부실이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했다. 다이먼은 “신용 기준이 사실상 전 부분에 걸쳐 느슨해졌다”고 했다. 미래 실적에 대한 낙관적인 가정, 엄격하지 않은 대출 약정, 이자를 원리금에 가산하는 방식으로 당장 이자를 내지 않아도 대출을 연장해 주는 방식이 만연했다는 것이다. 그는 “사모대출은 대체로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 환경이 나빠질 것이란 우려만으로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사모 대출은 기업이 비(非)은행 금융사로부터 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사채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제도권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늘기 시작했다. 은행이나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기에는 신용등급이 낮거나 이미 대출 한도가 찬 기업들이 받는다.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테크 기업들도 많이 이용한다.

그러나 최근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늘면서, 사모 대출 펀드에 돈을 넣었던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급증하고 있다. 블랙스톤·KKR·블루오울·아레스·아폴로 등 사모 대출을 집중적으로 집행한 거대 금융사들이 환매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다이먼은 서한에서 “언젠가 반드시 신용 사이클이 도래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사모 대출 등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예상 수준을 웃돌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 /연합뉴스

다이먼은 사모 대출 시장 규모가 약 1조8000억달러(약 2700조원)로 미국 전체 고위험 채권 시장 규모(1조5000억달러)를 이미 웃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반적인 투자 등급 채권 시장(13조달러), 주택담보대출 시장(13조달러)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아, 큰 틀에서 보면 사모 대출이 시스템적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다이먼은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한 사모 대출 업체의 파산 이후 “바퀴벌레가 한 마리 나타났다면 (실제로는) 아마도 더 많을 것”이라고 해 사모 대출 부실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조선DB

버핏 의장 또한 금융기관의 스트레스가 빠르게 전이될 수 있다며 최근 사모 대출 시장 위험성을 경고했다. 6일 미 경제 매체 CNBC에 따르면 버핏 의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금융 시스템) 모두가 서로 영향을 미치며, 한 곳의 문제는 다른 곳으로 번질 수 있다”며 “만약 북적이는 극장에서 누군가 ‘불이야’라고 소리친다면 모두가 달려 나갈 것이고, 여전히 남들보다 먼저 문에 도착하는 게 유리하다”고 했다. CNBC는 버핏의 발언에 대해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시기에 시장의 신뢰 하락이 은행권 전체에 미칠 수 있다는 버핏의 오랜 우려가 담겼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