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변수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둘러싼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주가 급락에 따라 개인들은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대거 자금을 투입했지만, 이후 주가가 반등하지 못하면서 손실 투자자 비율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다음 주 예정된 실적 발표가 향후 주가 흐름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이닉스 투자자 10명 중 6명 손실…보름 새 급반전
2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SK하이닉스 투자자 가운데 손실 구간에 있는 비중은 61.8%로 집계됐다. 불과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이 비율이 27%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보름 만에 손실 투자자가 크게 늘어난 셈이다.
삼성전자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투자자의 손실 비중은 41.57%로, 지난달 15일(21%) 대비 20%포인트 이상 급증했다. 반도체 대형주가 단기간 급락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계좌 수익률이 빠르게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투자자들의 체감 손실도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모(40)씨는 개전 직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높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다고 한다. 김씨는 “삼성전자 20만원이 깨지는 것을 보고 이번엔 저점이라고 판단했는데, 그 후로 계속 하락세를 이어가 ‘음의 복리’를 체감하고 있다”며 “지금은 수익률이 마이너스 한 자릿수라도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주가 20% 넘게 빠졌는데…개미는 더 샀다
‘20만 전자’, ‘100만 닉스’를 넘어서며 고공행진하던 반도체 대형주 주가가 지난달 전쟁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하락할 때마다 ‘저가 매수’ 기회로 삼고 매수 강도를 높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23.3%, 26.5% 하락했다. 지난 2일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단기 종전 기대감이 사그라들며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5.91% 하락한 17만8400원에, SK하이닉스 역시 이날 7.05% 하락한 83만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개인 순매수 1·2위 종목은 두 종목이 차지했다. 개인은 삼성전자를 16조8172억원, SK하이닉스를 7조705억원 순매수했다. 특히 지난달 26일 구글의 ‘터보퀀트’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한 구간에서도 개인은 각각 1조9000억원, 1조1000억원 이상을 사들이며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매수 규모 또한 오히려 확대됐다. 지난 2월 개인 순매수 규모는 삼성전자 7조4974억원, SK하이닉스를 4조5466억원 수준이었지만, 3월에는 두 종목 모두 약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조정 국면에서 개인 자금이 더 강하게 유입된 셈이다.
◇“실적은 좋다”…다음 주가 분수령
증권가에서는 단기 주가 변동성과 별개로 반도체 업황 자체는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다음 주 예정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어닝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2조4681억원, SK하이닉스는 31조1761억원으로 집계됐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계약 가격은 현물 가격과 무관하게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D램 가격이 역사적 고점 수준에 올라와 있고, 이에 따라 이익 레벨 자체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는 변수로 남아 있다. 중동 갈등 장기화에 따른 유가 상승과 공급망 차질은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 상향은 전쟁이 단기에 종료될 경우에 한한다”며 “장기화 시 스태그플레이션과 유동성 축소로 목표주가 하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