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시내 한 금은방에서 직원이 금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 이후 국제 금값이 지난 한 달간 10% 넘게 급락하면서, 시장에서는 금의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격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금을 장기 보유 자산이 아니라 단기 차익을 노리는 거래 수단으로 보는 흐름도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전날 국제 금 선물 가격은 4814.45달러에 마감하며 나흘 연속 반등했다. 지난 2월 시작된 중동 전쟁의 종전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값은 개전 초기 5300달러선까지 치솟은 뒤 하락세로 돌아서며 3월 한 달 동안 15% 이상 밀렸다.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월간 최대 낙폭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문제는 하락 폭뿐 아니라 가격 움직임 자체가 지나치게 커졌다는 점이다. 개전 직후 30대 초반 수준이던 ‘CBOE 금 변동성 지수’는 지난달 27일 45.51까지 치솟았다. 이는 2020년 코로나 발생 초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안전자산은 통상 위기 국면에서 상승하거나 최소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지만, 최근 금값은 전쟁과 종전 기대, 금리 전망 변화 등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며 오히려 위험자산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에 따라 금 투자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안전자산은 위기 국면에서 꾸준히 매수세가 유입되지만, 최근 금 시장에서는 오히려 단기 방향성에 베팅하는 거래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지난해 상품 상장지수상품(ETP)에 유입된 자금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대부분이 금 상품에 집중됐다”며 “금에 자금이 과도하게 쏠린 상황에서 전쟁이 발생하자, 투자자들이 추가 매수보다 차익 실현과 포지션 정리에 나서면서 금값 하락을 부추겼다”고 보도했다. CBOE 또한 최근 보고서에서 “채권과 금 같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단순 보유보다 옵션을 활용한 방어 전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금의 장기 상승 전망이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수요와 향후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을 근거로 금 가격이 연말 온스당 54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에너지 공급 충격이 심화되고 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경우에는 3800달러선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함께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