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곽모(46)씨는 이른바 ‘6000피’ 시대가 남 일 같기만 하다. 그는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에 가입해 직접 은퇴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데, 원금 보존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채권이나 예금 등 안전 투자에 집중해왔다. 그런데 최근 입사 동기로부터 ‘국장’에 대거 투자해 DC 계좌 평가액을 두 배로 키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곽씨는 국내 증시 투자를 늘려볼까 싶다가도, 중동 전쟁 이후 출렁이는 증시를 보면서 고민만 커지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2월 25일 사상 처음으로 6000선을 넘었다. 5000을 돌파한 지 채 한 달도 안 된 시점이다. 작년 10월 4000선을 넘은 이후 넉 달 만에 상승률 50%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코스피 6000 시대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하며 삼일천하로 막을 내렸고, 국내 증시는 전례 없는 초변동성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의 방향성이 불확실한 환경에서 은퇴 자산을 운용할 때는 단기 흐름보다는 투자 환경을 냉정하게 점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국내 증시 투자는 여전히 매력적
국내 증시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다. 첫째로 가치 평가(밸류에이션) 측면에서 국내 증시는 여전히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 코스피가 유례없는 속도로 상승한 것은 맞지만,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에 비해선 아직도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기준 한국 증시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9.8배로, 미국(22.6배), 일본(19.1배), 독일(15.6배) 등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이다. PER은 기업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이 창출한 이익 대비 주가의 상대적 가치를 보여준다.
둘째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국내 투자자에게 긍정적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상법 개정안 등을 통해 자사주 소각, 주주 환원 확대를 비롯한 기업 가치 제고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투자 유인을 높이는 세제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국민성장펀드, 국내시장복귀계좌(RIA), 기업성장 집합투자기구(BDC) 등 자본시장 자금 유입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들도 추진되고 있다.
셋째로 주식 시장으로 유입되는 풍부한 유동성이다. 최근 투자자 예탁금은 사상 최초로 130조원을 넘어섰고, 전년 말 대비 40조원 이상 증가하며 1년 만에 두 배 이상 확대됐다. 반면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올해 들어 2조4000억원 감소했다. 연이은 부동산 규제로 주택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증시로의 ‘머니 무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넷째로 해외 주식 투자에 비해 국내 주식 투자가 세제 측면에서 유리하다. 현재 개인 투자자가 국내 상장주식에 투자해 거둔 수익은 비과세 대상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매매 차익 역시 마찬가지다. 반면 해외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22%)가 부과되며, 국내 상장된 해외 주식형 펀드의 경우에도 매매 차익이 배당 소득으로 간주돼 과세된다.
◇장기·적립 투자와 리밸런싱 중요
그렇다면 코스피의 장점을 살리면서 최근 초변동성에 대응하는 투자 전략은 무엇일까?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확대될수록 수익은 시장 예측보다 ‘원칙’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우선 장기 투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저점 매수와 고점 매도는 누구나 바라지만, 시장의 고점과 저점을 정확히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시장에 꾸준히 참여하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다. 이때 개별 종목 중심 장기 투자는 기업 성과에 따라 결과가 좌우된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있다. 개별 기업의 장기 성장을 장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인덱스나 ETF를 활용하는 게 적절하다.
또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 간 비율을 조절해 자연스럽게 수익을 실현하고 위험을 낮추는 리밸런싱도 중요하다. 리밸런싱은 6개월·1년 등 일정 주기별로 실행하거나, 위험 자산 비율 목표에서 10~20% 이상 벗어났을 때 조정하는 ‘이탈 리밸런싱’ 등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리밸런싱한 자산끼리 가격 상관계수가 높으면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 강한 상승장이나 하락장에서는 리밸런싱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 수익률이 낮아질 수도 있다.
목표 수익률을 잡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일단 수익을 실현한 뒤 재투자하면서 복리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예컨대 투자 원금 1억원에 목표 수익률 15%를 설정하고 이를 5회 달성하면 약 2억100만원으로 증가하고, 30회 성공 시 66억2100만원으로 불어난다.
또 매달 일정 금액을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주가 하락기에 더 많은 수량을 매수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출 수 있다. 가령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했던 2021년 6월 말 고점 구간에서 일시금을 거치하는 방식으로 투자한 이들은 2022년 9월 저점 기준 수익률이 -34.6% 수준까지 하락했지만 적립식 투자를 한 이들은 -21.4% 수준으로 방어했다. 원금 회복 시점도 적립식 투자자가 거치식 투자자보다 1년가량 빨랐다.
이처럼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투자 전략에 따라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시장 방향을 섣불리 예측하기보다 장기 투자, 분산 투자, 리밸런싱, 적립식 투자와 같은 기본 원칙을 일관되게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은퇴 자산은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축적해야 하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