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사는 개인 투자자 김모(30)씨는 최근 주식 대신 채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김씨는 “중동 전쟁으로 국내 증시는 널뛰는 반면 국채는 조만간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돼 수십조 원의 외국인 자본이 유입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당분간은 주식 투자 비율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줄 국채를 매입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최근 한국 국채가 세계 최대 채권 지수인 WGBI에 편입된다는 소식에 김씨처럼 국채 투자를 고민하는 이가 적지 않다. WGBI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발표하는 세계 최대 채권 지수다. 이 지수에 맞춰 투자를 결정하는 자금만 2조5000억달러(약 3794조원)에 달한다. 한국 국채는 4월부터 단계적 편입될 예정인데, 이 가운데 최소 2.08%(약 79조원) 상당의 외국인 자본이 한국 채권 시장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막대한 글로벌 자본이 유입된다는 전망에 국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국채 투자 고민이 커지는 분위기다.
◇장·단기채 골고루 담고, 안전 원하면 단기물 비율 높여야
그렇다면 어떤 국채를 사야 WGBI 편입 효과에 따른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우선 만기가 3년인 단기채부터 30년인 장기채까지 다양한 만기에 분산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WGBI 지수를 따라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목표 기준점(지수)과 똑같은 성적을 내고, 예상치 못한 손실 위험 없이 이자를 안전하게 챙기기를 원한다. 이를 위해 평균 만기를 지수 기준인 ‘약 9년’에 철저히 맞추는 경우가 많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 수석 매니저는 “우리나라 국채 시장에는 만기 9년짜리 채권이 없기 때문에, 3년물 같은 짧은 채권과 30년물 같은 긴 채권을 적절히 섞어서 평균 9년에 맞춰 수익률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민 매니저는 “초장기물은 금리 변동 리스크가 큰 데다 현재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여전한 만큼 안전한 투자를 원하는 개인 투자자라면 단기물 비율을 높이는 것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장기 채권형 ETF도 주목해볼 만
장기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도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WGBI를 추종하는 자금 가운데 만기가 20~30년인 비율이 30%가 넘는다는 점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국고채10년액티브와 KODEX 국고채30년액티브 ETF 등이 대표적이다. 두 상품은 각각 만기 10년 국고채와 30년급 초장기물에 투자하는 ETF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WGBI 편입 효과로 만기 1년 초과에서 50년 미만 국고채에 골고루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며 “이 중에서도 만기 20~30년물의 비율이 약 33%인 데다 WGBI 편입으로 채권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을 감안하면 장기 채권형 ETF에 투자하는 게 가장 유리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WGBI 편입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신중론도 있다. 올해 국고채 순증 물량(109조4000억원)에 비해 WGBI 편입에 따른 자금 유입(약 80조원)이 적어, 수요가 공급을 받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이유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채권 담당 연구원은 “WGBI 편입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한국 국채 시장에서 수요보다 공급이 많을 가능성이 큰 만큼 시장이 개선될 여지는 제한적”이라며 “개인 투자자들에게 명확한 매수 전략을 추천하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자본 비율이 커지면서 해외 시장 상황에 따라 한국 채권 시장이 휘둘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채권 시장 전문가는 “외국인 자본의 대규모 유입으로 한국 국채 시장은 국내 상황과 별개로 해외 금융시장 이슈에 따라 자본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며 “WGBI 편입에 따라 금리에 하방 압력이 생기는 점은 호재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환율과 지정학 리스크 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