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5%를 넘어서 거기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 고혈압 환자가 되는 겁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낮춰야 하는 상황이죠. 트럼프가 이란 문제에서 발을 빼고 싶어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윤지호 경제평론가는 31일 조선일보 경제부가 운영하는 유튜브 ‘조선일보 머니’의 ‘이기자의 취재수첩’에 출연해 중동 리스크와 글로벌 금융시장 전망을 이같이 진단했다. 윤 평론가는 한화증권, LS증권 등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며 ‘여의도 나침반’으로 불렸다. 그는 “현재 가장 두려워해야 할 변수는 하나, 미국 금리”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금리 튀면 뒤로 물러선다”
윤 평론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전쟁을 끝까지 끌고 가기 어려운 구조적 이유가 있다고 봤다. 핵심은 미국채 10년물 금리다. 그는 “작년 4월 관세 유예 때도 똑같았다.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튀면 트럼프는 뒤로 물러섰다”며 “지금도 금리가 4.3~4.4%대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이게 4.5%를 넘어 거기서 계속 유지된다면 금융 쪽에서 경기 침체(recession)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실물보다 금융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미국 경제 구조상, 금리 충격이 실물 충격보다 먼저 온다는 분석이다. 그는 “인공지능(AI) 투자 붐을 이끌었던 대형 설비투자(CAPEX) 투자들이 상당 부분 고금리 자금으로 운용됐고, 곳곳에서 균열이 나오고 있다”며 “여기서 금리마저 치솟으면 트럼프 입장에서는 수습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카타르 LNG 수출이 멈추고, 그 부산물인 헬륨 공급이 끊기면 반도체 공정 자체가 타격을 받는다는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그는 “대만 TSMC가 멈추면 미국 경제도 멈춘다. 트럼프가 뒤로 물러날 여력이 별로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모대출 위기, 2008년과 다르다”
최근 외신에서 잇달아 제기되는 사모대출펀드(PDF) 위기론과 2008년 금융위기 재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가 이미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며 “금융위기든 코로나든 모두 아무도 모르게 치고 들어왔다. 뭔가 망해야 시작되는 거지, 이렇게 다들 알고 걱정하는 것 때문에 터지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사모대출 문제의 본질도 파생상품이 아닌 대출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2008년의 CDO처럼 복잡하게 얽힌 파생상품 구조가 아니다. 물론 좋은 뉴스는 아니지만, 이것 때문에 미국 경제가 붕괴된다는 시나리오는 과하다”고 했다.
오히려 그가 주목하는 건 빅테크 기업들의 재무 구조 변화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데이터센터에 천문학적인 캐팩스(설비투자 등 자본지출) 투자를 쏟아부으면서 영업현금흐름(OCF) 대비 투자 비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구글의 OCF 대비 캐팩스 비율이 0.94를 넘어간 걸로 알고 있다. 번 돈을 다 써버리니 주주에게 돌려줄 여력이 없고, 돈을 빌려가면서까지 투자하고 있다”며 “서학개미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높은 주주 환원의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고 말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케빈 워시 연준 의장 후보 나란히 주목
5월에는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의 수장이 동시에 바뀔 가능성이 높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이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됐고, 케빈 워시가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된다.
윤 평론가는 신 후보자에 대해 “과거부터 가계부채와 전세자금에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며 “부동산 투기 억제와 금리 인상 쪽으로 방향을 잡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워시 후보에 대해서는 “연준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강하게 비판적이었고, 중앙은행 역할을 축소하고 싶어 한다”면서도 “최근에는 AI 기술 낙관론을 근거로 금리 인하론을 펴고 있다. 트럼프와 코드가 맞아서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두 분 다 매파냐 비둘기파냐를 단정짓기 전에, 취임 후 첫 발언이 어떤 스탠스일지가 시장의 핵심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봤다.
◇“한국 증시, 최악만 피하면 강하게 복원”
한국 증시에 대해서는 오히려 역설적인 기대감을 드러냈다. 세계 경제가 분리되면서 ‘만드는 나라’의 가치가 부상하고 있고, 한국은 반도체·방산·조선·원전 등 유형자산 제조 역량을 갖춘 몇 안 되는 국가라는 논리다.
그는 “지금 코스피 지수에는 공급망 붕괴 가능성까지 반영돼 있다”며 “어떤 경우든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않는 순간, 복원만으로도 주가는 상당히 강하게 돌아갈 수 있다. 피해가 큰 만큼 복원도 더 세다”고 말했다.
중동 사태와 관련해서는 “완벽한 결말이 없더라도 봉합만 돼도 최선”이라며 “봉합이 되면 건설, 화학, 풍력 등 적응 과정에서 다양한 투자 기회가 나온다. 시장은 이미 중동 건설주와 케미컬주 등에서 이를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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