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여성 김의숙씨는 아침에 눈뜨면 가장 먼저 카카오뱅크 앱을 켜 OX 퀴즈를 맞히는 일을 한다. 장 보러 가는 길에는 만보기를 켜 걸음 수를 채운다. 틈날 때마다 설문조사에 참여해 받은 보상은 10~50원 수준. 김씨는 “적은 돈일지 몰라도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고물가 시대에 손가락 품만 조금 팔면 통신비나 교통비에 보탬이 된다”며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도 어떤 앱이 포인트가 잘 쌓이는지 공유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과거 종이 쿠폰을 모으던 주부들이 김씨처럼 앱테크(앱+재테크)로 넘어가고 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2030세대가 많이 참여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5060 여성 위주로 앱테크 판이 움직이고 있다.
◇50대 여성이 가장 적극적
29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앱 내 ‘매일 걷고 혜택 받기(여성 비율 61.8%)’ ‘OX 퀴즈(62.4%)’ ‘음악 듣고 캐시 받기(65.3%)’ ‘쬬르디 만나고 혜택 받기(66.3%)’ 등 주요 서비스에서 여성 이용자 비율이 모두 60%가 넘는다.
특히 30초~1분가량 설문에 참여하고 현금을 받는 ‘돈 버는 서베이(66%)’는 참여자의 3분의 2가 여성이다. 쿠폰 및 제휴사 혜택을 챙기는 ‘돈 버는 재미(65%)’도 여성 비율이 높은 서비스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여성, 특히 50대 이용자가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며 “고물가 시대에 가계를 책임지는 여성들이 앱테크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했다.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고자 생활 소비의 의사 결정권을 쥔 50대 여성층의 생존 전략이 디지털로 옮겨온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소비자원이 내놓은 ‘금융 앱테크 이용 실태 조사(2024년 7월)’에서도 2030보다 5060의 앱테크 ‘수확’이 훨씬 좋았다. 20대가 앱테크로 한 달에 5398포인트를 쌓을 때 60대는 1만498포인트를 적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은행들은 치약이나 비누 등 생필품 증정 행사를 벌였다. 이제는 그런 마케팅 비용이 앱상 현금성 혜택으로 바뀌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소액 현금을 만들며 생활비를 방어하는 역할로 앱테크가 진화하고 있다. 하루 70원씩 월 2000원 안팎을 꾸준히 모은다면, 약 100만원을 연 3%짜리 1년 만기 예금에 넣어뒀을 때 세후 이자를 얻는 것과 비슷하다.
◇앱테크 보상으로만 366억원
돈 버는 방식이 모두 일상 행동과 연결되도록 설계한다는 점이 최근 앱테크의 특징이다. 이용자가 출근하면서 걸음 수를 측정하도록 하고, 점심시간에 쉬면서 음악을 듣거나 퀴즈를 풀도록 하는 식이다.
생활 속에 앱테크가 스며들면서 카카오뱅크 앱테크 서비스 이용자 수는 올해 1월 기준 누적 2800만명(중복 포함)에 달한다. 카카오뱅크가 고객에게 준 앱테크 보상은 2023년 8월 이후 약 2년 5개월간 366억원 규모다.
이렇게 인터넷 전문은행이 비용을 써 가며 앱테크를 유도하는 이유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를 늘리기 위해서다. 영업 창구가 없는 인터넷 전문은행은 앱 접속이 고스란히 영업 기회로 이어진다. 고객의 앱 접속 빈도와 체류 시간이 늘어나면 예·적금, 대출, 카드 등 핵심 금융 상품에 노출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또 설문조사·제휴 쇼핑·미션 등을 통해 확보한 트래픽이 제휴사와 광고주에게는 매력적인 마케팅 채널이 된다. 포인트·쿠폰 지급에 들어가는 비용은 은행과 제휴사가 나눠 부담하고, 그 대가로 상품 판매와 광고 노출, 데이터 분석 기회를 얻는 것이다.
인터넷은행 입장에서는 수수료·광고·제휴 수익 등 비이자 이익을 키우는 기반이자, 장기적으로 앱 접속자를 늘리는 플랫폼 투자이기도 한 셈이다.
고객을 앱에 ‘더 자주, 더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 다른 인터넷 전문은행들도 앱테크를 강화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2024년 3월 ‘돈나무 키우기’ 서비스를 내놨다. 앱에 접속하거나 미션을 수행해 돈나무를 키우면 현금 보상을 받는다. 이용 고객 중 4050세대가 절반 이상이다. 가장 많은 보상을 얻은 고객은 총 12만5000원을 타갔다.
토스가 2024년 2월 선보인 ‘고양이 키우기’는 1990년대 유행했던 ‘다마고치’처럼 앱에서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거나 ‘놀아줘 레벨’을 올리면 모바일 쿠폰 등을 받을 수 있다. 광고 시청, 토스페이 결제 등을 하면 고양이를 키울 수 있는 아이템을 줘 앱테크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