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이후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된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으로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뿐 아니라 미국·홍콩 증시에서도 개인 자금이 2배·3배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으로 쏠리면서, 전쟁발(發) 불확실성 속에서도 ‘반등 베팅’에 나선 개미들의 공격적인 투자 성향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쟁과 같은 대외 변수로 시장 방향성이 흔들리는 국면에서는 레버리지 투자가 기대 수익만큼 손실 위험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쟁 여파에 3월 글로벌 증시 출렁

30일 한국거래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달 27일까지 월평균 코스피 변동성 지수(VKOSPI)는 62.6으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집계됐다. 통상 월평균 코스피 변동성 지수가 20 수준을 유지했던 것과 달리, 올해 들어 급격하게 출렁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증시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도 급등했다. VIX는 지난 9일 29.49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4월 트럼프발 관세 전쟁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전쟁 확산 가능성과 유가 상승, 인플레이션 재자극 가능성을 동시에 우려하면서 주요국 증시 전반의 변동성이 커진 것이다.

◇동학·서학·중학개미 모두 ‘레버리지 베팅’

통상 이런 국면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이나 현금성 자산 비중을 늘리는 경향이 강하지만, 이번에는 반대 흐름이 나타났다. 개인 투자자들은 변동성 확대를 위험 신호로 보기보다, 급락 이후 반등 가능성에 베팅하며 레버리지 같은 고위험 상품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전 직후인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7일까지 한 달간 국내 투자자가 미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일명 ‘속슬(SOXL)’로 불리는 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ull 3X ETF였다. 이 상품은 미국 반도체 업종 상승에 3배로 베팅하는 대표적인 고위험 상장지수펀드(ETF)다. 해당 기간 개인 순매수 규모는 약 5억2765만달러 수준으로 집계됐다.

순매수 2위 역시 한국 증시 상승에 3배로 투자하는 Direxion Daily MSCI South Korea Bull 3X ETF(2억454만달러)였고, 3위 또한 ‘TQQQ(1억2633만달러)’라 불리는 나스닥 3배 베팅 레버리지 ETF가 차지했다.

서학개미뿐 아니라 국내외 개인 투자자 전반에서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개인 자금이 가장 많이 유입된 국내 ETF는 코스피200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로, 이 기간 1조177억원이 순유입됐다. 홍콩 증시에 투자하는 이른바 ‘중학개미’들 역시 전쟁 이후 홍콩 시장에 상장된 SK하이닉스 2배 추종 상품인 ‘XL2CSOPHYNIX’를 전월보다 80억달러가량 더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은 부진…“고변동성 구간선 레버리지보다 펀더멘털”

문제는 수익률이다. 레버리지 상품은 상승장에서는 수익이 커지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도 배로 커지는 구조다. 특히 여러 날에 걸쳐 방향성이 엇갈리는 장세에서는 이른바 ‘복리 훼손’ 효과로 인해 지수 대비 성과가 더 나빠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한 달간 국내 ETF 가운데 개인 순매수 1위였던 KODEX 레버리지는 30.19% 하락하며 코스피 하락률보다 훨씬 큰 낙폭을 보였다. 반등을 노린 공격적 매수가 실제 성과로는 이어지지 못한 셈이다.

금융당국과 업계가 이르면 는 5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를 검토하고 있어, 개인 투자자의 위험 노출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인 투자자들은 하락 가능성보다 상승에 대한 확신을 더 크게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과거 코로나 장세를 돌이켰을때, 에서도 레버리지·인버스 투자 개인의 평균 손실이 30%에 달하는 등 적지 않았던 만큼, 지금과 같은 글로벌 고변동성 장세에서는 과도한 자신감보다는 펀더멘털에 기반한 장기 투자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