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 투자자들의 자금을 국내 증시로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국내시장복귀계좌(RIA)’가 진통 끝에 지난 23일 출시됐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보다 미지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 취재 결과, 상품 출시 이후 사흘 동안 국내 주요 증권사에서 개설된 RIA 계좌는 약 2만여 개 수준에 그쳤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대대적인 홍보가 이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초기 반응이 예상보다 약한 편”이라고 말했다. RIA는 해외 주식 투자 자금을 국내 증시로 유도해 외환시장 안정과 자본시장 활성화를 동시에 노린 정책 상품이지만, 제도 설계와 출시 과정에서의 혼선이 투자 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RIA의 법적 근거가 되는 이른바 ‘환율안정 3법’은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해 시행 일정이 한 차례 더 불투명해졌다. 정부와 업계는 세제 혜택을 소급 적용할 수 있는 부칙을 근거로 예정대로 상품을 내놨지만, 법적 기반이 완전히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시가 이뤄진 점이 투자자들의 관망 심리를 키웠다는 평가다.

최근처럼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국면에서는 세제 혜택보다 투자 손실 가능성을 우려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연초 이후 약 30% 상승했지만,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이후 고점 대비 7% 넘게 밀리며 변동성이 커졌다. 반면 나스닥(-5.6%)과 S&P500(-3.9%) 등 미국 증시는 연초 대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쟁 여파로 증시 변동성도 큰 상황이라, 당장 국장으로 갈아타기보다 관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도 “미장 팔아서 국장 총알받이 하라는 것 아니냐”는 등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RIA 계좌에서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제한된 점, 세제 혜택 산정 과정에서 올해 초 해외 주식 매수분까지 일부 불리하게 반영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주요 불만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 말까지 보유했던 해외 주식을 매도해 국내 증시로 자금을 옮기면 최대 5000만원까지 양도세를 면제해 주는 구조지만, 올해 들어 다른 계좌에서 해외 주식을 추가 매수한 경우 비과세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투자자 반발이 커졌다.

운용상의 제약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RIA 계좌로 국내 주식을 매수한 뒤에는 최소 1년 이상 자금을 유지해야 하며, 중도 인출 시 세제 혜택을 반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장기 분산투자를 유도하는 연금저축이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투자 전략이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