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코스피가 2.93% 하락 출발했다. 전날 3%대 급락한 데 이어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구글의 ‘터보퀀트’ 악재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연이틀 급락한 여파다. 지난밤 이란 전쟁 종전 기대감이 꺾이면서 유가가 급등한 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전날에 비해 1.6원 오른 1508.6원에 개장했다.
◇터보퀀트에 발목 잡힌 ‘삼전닉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장 초반 3.8% 하락한 17만3000원, SK하이닉스는 3.9% 내린 89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4.71%, 6.23% 급락했다. 연이틀 하락세를 이어가는 셈이다.
이날 급락은 구글의 터보퀀트발(發) 충격을 벗어나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터보퀀트는 구글이 공개한 차세대 AI(인공지능) 메모리 효율화 알고리즘 기술이다. 데이터 크기를 6분의 1로 압축해,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비슷한 ‘벡터 검색 엔진’이 데이터를 찾을 때 발생하는 메모리 병목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는 평가다. 동일한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데이터 저장용 메모리가 기존의 6분의 1만 필요해진다는 얘기다.
이에 ‘AI 수요=메모리 수요’란 공식이 흔들리면서 시장에서 메모리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됐는데, 전날에 이어 이날도 투자 심리가 회복되지 못하는 분위기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터보퀀트 이후 동일 메모리로 더 긴 대화를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메모리가 생각보다 덜 필요하다는 부정적 해석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고 했다.
◇전쟁 협상 난항에 유가도 급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밤 이란을 향해 “너무 늦기 전에 진지해지는 게 낫다”며 압박 수위를 높인 점도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전쟁 협상이 난항을 겪는 조짐에 유가는 급등했다. 국제 유가의 기준치인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8.01달러로 전날보다 5.8% 올랐고, 서부텍사스원유도 4.2% 오른 배럴당 94.48달러를 기록했다.
미 증시도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미국 S&P500은 1.74% 하락 마감했다. 다우존스와 나스닥은 각각 1.01%, 2.38% 떨어지며 거래를 마쳤다. 특히 반도체 대장주들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이날 엔비디아는 4.15% 급락했고, 샌디스크(11.02%)·마이크론(6.98%)·AMD(7.46%) 등도 폭락했다. 터보퀀트 공개로 반도체 종목 투자 리스크가 커진 데다 전쟁 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는 분석이다.
웰스파고 인베스트먼트의 더그 비스 글로벌 주식 전략가는 로이터에 “핑퐁 게임이 더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상대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며 “엇갈린 신호가 넘쳐나고 불확실성이 현 상황을 이끌고 있다”고 했다.
◇증권가 “과도한 공포 확산”
증권가에선 현재 급락세는 시장에 악재가 겹치면서 공포가 과도하게 확산된 측면이 있다는 반응도 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도 이란 전쟁 노이즈, 구글 터보퀀트발 미 반도체주 급락(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4.8%) 속 미 증시 조정을 반영하며 장 초반 하락 출발했다”며 “장 마감 이후 발표된 트럼프의 이란 공격 유예 기한 연장, 전일 국내 반도체주의 주가 조정 선반영 등을 감안할 때 장 후반 갈수록 저가 메리트가 부각되며 낙폭을 축소하는 흐름이 연출될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대장주들의 주가를 끌어내린 터보퀀트 기술이 되레 메모리 수요를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AI 메모리 수요 감소 요인은 주로 AI 기능이 고착화되는 지점에서 나타날 것”이라며 “AI 업체들이 비용 경쟁이 아니라 성능 경쟁을 하는 한 비용 최적화는 반도체 수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