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지면서 변동성을 피하려는 자금이 안전 추구형 금융 상품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개별 종목은 물론 전통적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까지 큰 폭으로 출렁이자 투자자들이 만기가 짧은 채권이나 기업어음 등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리스크는 낮으면서도 은행 예금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이른바 ‘파킹형 상품’으로 자금 이동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채·커버드콜 ETF로 ‘머니 무브’

25일 ETF체크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KODEX 머니마켓액티브’ ETF에 2838억원이 순유입됐다. 이는 전체 ETF 가운데 순유입액 기준 셋째로 큰 규모다. 이어 ‘TIGER 배당커버드콜액티브(1072억원)’, ‘RISE머니마켓액티브(888억원)’, ‘TIGER 단기통안채(827억원)’ 등도 자금 순유입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해당 ETF는 모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안전 추구형 ETF로 꼽힌다. 가령 KODEX머니마켓액티브와 RISE머니마켓액티브는 만기 3개월 이내 단기채와 기업어음 등의 수익률을 반영한 지수를 추종한다. 주가 지수를 추종하는 다른 ETF에 비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작아 원금 지키기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TIGER 단기통안채는 만기가 6개월 이하인 통안채(통화안정채권)의 수익률로 산출한 지수를 추종하는 채권형 ETF다. 마찬가지로 투자 위험이 은행 예금 수준에 가깝게 낮아,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 수요가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 투자자들의 관망 심리가 커지면서 예금보다 수익률은 높으면서 언제든지 사고팔 수 있는 금융 상품으로 자금이 흘러들어 가는 셈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배당커버드콜액티브 ETF의 순자산은 지난 24일 종가 기준 834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올해 초 약 2400억원 수준에서 세 배 넘게 불어났다. 이 ETF는 국내 우량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서, 콜옵션(특정 가격에 살 권리)을 파는 ‘커버드 콜’ 전략을 활용한다. 단순히 지수를 따라가는 패시브형 ETF가 아니라, 하락장에서 옵션 매도 비율을 높여 탄력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구조다. 주가 상승기에는 수익 폭이 제한될 수 있지만, 하락기에는 낙폭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는 평가다. 정의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본부 본부장은 “TIGER 배당커버드콜액티브 ETF는 변동성이 높은 시장 환경에서 포트폴리오와 옵션 전략 모두에 액티브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올해 상반기 동안 월 최대 2% 수준의 분배금을 지급하고 매월 말 분배금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추구할 수 있다”고 했다.

◇MMF에도 240조원 넘게 자금 몰려

이 같은 흐름은 ETF뿐 아니라 MMF 시장에도 나타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국내 MMF 설정액은 약 247조원이다. 지난 1월 2일 약 201조원에서 23%가량 급증했다. 특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터지기 전인 지난달 27일 약 232조원이었는데,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증가세가 더 가팔라졌다는 분석이다. MMF는 국고채·기업어음 등 만기 1년 이하의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공모형 펀드다. 예금보다는 약간 높은 이자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고,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다.

이는 불확실한 시장 분위기 속 안전한 투자처로 자금이 이동한 결과란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대표 안전 자산인 금마저 가격이 출렁이는 점도 안전추구형 ETF와 MMF의 투자 수요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지난달 27일 온스당 5247.9달러에서 지난 24일 4580.6달러로 밀려났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 주변 자금은 주식시장을 이탈할 경우 채권으로 이동하기보다 MMF 등 초단기 안전자산으로 유입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란의 보복 공격이 강화될 경우 환율 급등 가능성도 있어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백관열 LS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와 위험회피 심리가 지속되고 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안전 자산 수요가 커지며 MMF에 대한 자금 유입이 늘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