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물건들이 그렇게 많아서 키보드는 제대로 칠 수 있어요?”
김 부장은 이 사원의 책상만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성벽처럼 쌓인 서류들, 화산처럼 폭발할 것 같은 연필꽂이 속 볼펜들, 잡다한 인형과 피규어(모형)까지. 이 사원이 서류라도 찾으려 하면 그 주변은 먼지가 안개처럼 뿌옇게 피어오른다. 참다못한 김 부장이 “책상 청소 좀 하지”라고 한마디 하면, 이 사원은 이렇게 답한다. “제 나름의 질서가 있어요. 스티브 잡스 책상도 이랬대요. 창의력이 좋아진다고요.” 그러나 사실 답답하기는 이 사원도 마찬가지. 맹세코 책상이 이렇게 되길 바란 적은 없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까지 됐고, 어떻게 치워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을 뿐이다.
조던 피터슨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방부터 정리하라”고 했다. 책 ‘행운을 부르는 습관’의 저자 리노이에 유치큐도 “사무실 책상 등 자기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라”고 강조한다. 국내 1호 정리 컨설턴트 윤선현 한국정리력협회 협회장은 “물건을 버리는 것은 내 인생에서 무엇에 집중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책 ‘시간·공간·관계에 만족감을 채워주는 하루 15분 정리의 힘’을 쓴 그에게 정리 비법을 물었다.
◇일 잘하는 사람의 책상에는 공통점이 있다
직장인 시절 윤 협회장은 일 잘하는 직원들의 책상에서 세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중요한 것, 매일 쓰는 것, 기분 좋은 것만 둡니다. 반대로 말하면 지금 하는 일과 무관한 물건, 오래 방치된 일거리, 볼 때마다 기분 나쁜 물건은 책상 위에 없었습니다.”
이는 미국 대통령들이 집무 원칙으로 삼고 있는 ‘아이젠하워 법칙’과 비슷하다. 먼저 책상 한가운데 십자를 그리고는 A·B·C·D 네 구역으로 나눈다. A에는 당장 버릴 것, B에는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면 해결될 것, C에는 당장 해야 할 것, D에는 영수증 등 보관할 필요가 있는 것들을 놓는다. 이는 아이젠하워가 역사상 가장 복잡했던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성공한 이유라고도 분석된다. 정리가 잘된 그의 책상은 2017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어지러운 책상과 비교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트럼프는 책상 위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싹 치워 ‘더 이상하다’는 말이 나왔다.
◇책과 사은품은 나눠라
직장인들이 책상 정리를 할 때 부딪히는 첫 번째 장벽은 ‘책’이다. 언젠가 필요할 것 같고, 읽을 것 같아 지성인의 양심으로 차마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윤 협회장의 첫 직장은 출판사, 두 번째는 다이어리 회사 ‘프랭클린플래너코리아’였다. 그의 책상도 책으로 가득했다. 그는 “책에 쌓인 먼지와 냄새가 퀴퀴했지만 책을 보면 나 자신이 더 똑똑해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정리하려고 보니 전부 읽은 책이었음에도 책을 읽었다는 사실 말고는 기억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결국 눈앞에 있는 많은 책은 ‘지혜’가 아닌 ‘집착’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책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지? 내게 어떤 자극을 주지?’ 질문한 후 기증하거나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은 “선물이나 사은품의 유혹을 떨쳐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마케팅팀 등에서 근무하면 책상은 사은품이나 거래처에서 주는 선물들로 쌓인다. 볼펜부터 텀블러, 티셔츠와 모자 등 포장도 뜯지 않은 물건이 많다. 그는 “이런 것들은 주변에 선물하거나 기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윤 협회장은 “상처럼 과거의 가치를 반영하는 물건도 과감히 버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런 물건들은 기분에만 영향을 줄 뿐 현재의 일과 행동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정리의 시작으로 ‘하루 한 개 버리기’를 권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소비 패턴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이다.
◇출근 후 책상 5분 청소하기
미국 애리조나대학교의 미생물학자 찰스 거바 박사는 절대로 사무실 책상에서 식사하지 말라고 한다. 사무실 전화기와 노트북에서 검출된 세균이 변기보다 400배 많기 때문이다. 거바 박사는 규칙적으로 사무실을 청소하고 책상 위를 소독하면 직원의 결근율이 30% 낮아진다고 했다. 윤 협회장은 “자주 아픈 직장인이라면 책상의 위생 상태부터 점검해 봐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제안한 방법이 ‘출근 후 5분 청소법’이다.
특히, 카페에서 더 집중이 잘된다면 책상이 ‘업무의 활주로’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자주 보는 서류는 가까이 두고, 불필요한 물건은 과감히 버린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스테이플러심 등은 공용 문구함에 둔다. 그는 “모니터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이나 명함 등은 다이어리에 옮겨 적거나 스캔하여 디지털 자료로 바꾸고 버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오마에 겐이치는 사람을 바꾸는 방법에는 시간 배분을 바꾸는 것, 만나는 사람을 바꾸는 것, 사는 장소를 바꾸는 것이 있다고 했다. 책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을 쓴 정리 컨설턴트 캐런 킹스턴도 말한다. “잡동사니가 쌓여 가고 있다면 당신의 삶에 분명 문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