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정다운

해외 주식 투자자들을 국내 증시로 복귀시키기 위해 양도세 감면 혜택을 내건 국내시장복귀계좌(RIA)가 진통 끝에 지난 23일 출시됐지만, 투자자들 반응은 기대보다 미지근하다.

본지 취재 결과, RIA 출시 이후 지난 사흘간 국내 주요 증권사에서 판매된 RIA 계좌 수는 2만여개로 나타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 치고는 생각보다 반응이 약하다”고 했다.

지난 19일 RIA의 근거 법안인 ‘환율안정 3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면서 일정이 또 한번 불투명해졌으나, 정부와 업계는 세제 혜택을 소급 적용할 수 있는 부칙을 근거로 예정대로 상품을 출시했다. 다만 법적 근거가 완전히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출시된 영향도 있는 만큼, 투자자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장 총알받이 하라는 거냐”…변동성 장세에 관망

특히 최근처럼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큰 국면에서는 세제 혜택보다 투자 손실 가능성을 더 크게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해외 주식에 물린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연초 이후 약 30% 상승했다. 코스피는 이달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이후 고점 대비 7% 넘게 밀렸지만 여전히 연중 수익률은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나스닥(-5.6%), S&P500(-3.9%) 등 미국 증시는 연초 대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쟁 여파로 증시 변동성도 큰 상황이라, 당장 국장으로 갈아타기보다 관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했다.

실제 RIA 출시 이후 국내 온라인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미장 팔아서 국장 총알받이 하라는 것 아니냐” “지금 미장을 팔면 세제 혜택보다 평가손실이 더 크다” “코스피 3000도 아니고 지금 들어가라는 게 말이 되냐”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RIA 계좌에서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제한된 점도 불만 요인으로 꼽힌다. 한 투자자는 “지금 국장이 고점인 상태에서 인버스까지 막아놓은 건 사실상 ‘애국 배팅’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했다.

◇“1월 투자도 불리 반영”…제도 설계에 대한 불만

실질적인 혜택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RIA 출시 전인 올해 1월 1일부터 3월 22일까지 해외 주식을 새로 매수한 경우에도 해당 금액만큼 향후 양도세 비과세 한도 산정에서 차감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투자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RIA는 지난해 12월 23일까지 보유했던 해외 주식을 매도해 국내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옮길 경우 최대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해주는 제도다. 다만 올해 들어 다른 계좌를 포함해 해외 주식을 추가로 매수한 이력이 있으면, 그 매수 금액만큼 비과세 혜택 대상 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RIA가 정식 출시되기 전 해외 주식을 산 거래까지 사실상 불리하게 반영되는 셈이어서, “제도는 늦게 내놓고 불이익은 소급 적용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개인 투자자는 “3월에야 겨우 계좌를 내놓고 그 전 거래까지 사실상 불이익을 주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했다.

연금저축이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통해 국내 상장 해외 주식형 ETF를 꾸준히 사온 투자자들도 사실상 제약을 받는다. RIA는 해외 주식 직접 투자뿐 아니라 국내 상장 해외 ETF 같은 ‘해외주식 대체자산’ 거래까지 공제율 산정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RIA 혜택을 받으려는 투자자는 계좌 개설 이후 연금저축·ISA에서의 해외 ETF 적립식 매수도 사실상 자제해야 하는 구조다. 장기 분산투자를 유도하는 절세계좌와, 해외 자산을 줄일수록 혜택이 커지는 RIA가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년간 미장 못 사고 자금도 묶인다”…운용 제약 부담

운용 제약에 대한 부담도 크다. RIA는 해외 주식을 매도한 자금으로 국내 주식 등을 매수한 뒤 1년 이상 유지해야 한다. 이 기간 동안에는 해외 주식을 다시 매수할 경우 세제 혜택이 축소되거나 반환될 수 있다. 다만 같은 계좌 내에서 국내 주식이나 국내 주식형 상품으로 갈아타는 매매는 가능하다.

RIA 계좌 내 자금을 중도 인출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금 인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 경우 양도세 감면받은 부분을 다시 신고하고 토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