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이 일론 머스크의 항공우주 기업 스페이스X에 투자할 수 있는 첫 국내 상장지수펀드(ETF)가 등장했다.

26일 하나자산운용은 자사 ‘1Q 미국우주항공테크’ ETF 투자 포트폴리오에 ‘RONB’ ETF를 편입했다고 밝혔다. RONB는 스페이스X 투자 비율이 약 10%에 달하는 미국 상장 ETF다. 비상장 기업인 스페이스X는 주식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스페이스X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RONB를 사들여 간접 투자 효과를 누리겠단 취지다.

일론 머스크와 스페이스X 로고./로이터·연합

◇연금 계좌로 스페이스X 간접 투자

국내 투자자가 스페이스X에 간접 투자하려면 스페이스X 지분을 확보한 해외 ETF를 직접 사는 방법이 있다. 미국 증시의 XOVR·RONB와 같은 상품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 ETF들의 스페이스X 투자 비율이 약 10% 수준이라 나머지 90%에 해당하는 엔비디아·메타 등 다른 빅테크의 주가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우주항공보다 반도체나 AI(인공지능) 시장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여지도 있는 셈이다.

개인형 퇴직연금 계좌(IRP)와 개인종합자산관리 계좌(ISA)에서는 해외에 상장된 ETF에 투자할 수 없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았다. 이에 투자자들은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에 투자하거나 스페이스X의 비상장 주식을 확보한 미래에셋증권을 사들이는 등 대안 투자처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1Q 미국우주항공테크를 통하면 미 항공우주 기업 전반에 투자하는 동시에 비상장 기업인 스페이스X도 간접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하나자산운용 측 설명이다. 하나자산운용 관계자는 “스페이스X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은 상당하지만 비상장 기업의 주식은 거래가 어려운 데다 많은 이가 활용하는 IRP·ISA는 해외에 상장된 ETF를 사지 못해 사실상 투자가 막혀 있었다”며 “이번 개편으로 국내에서 접근성이 뛰어난 스페이스X 투자 길이 열렸다”고 했다.

특히 하나자산운용은 RONB의 투자 종목 중 스페이스X를 제외한 테슬라·엔비디아 등에 ‘숏(short)’ 전략을 취해, 사실상 스페이스X에 집중 투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RONB는 스페이스X(10%)보다 기타 종목(90%)의 비율이 더 큰데, RONB를 매수하는 동시에 해당 종목의 선물을 매도하는 숏 전략으로 기타 종목 투자분을 상쇄한다는 뜻이다. 하나자산운용은 이를 위해 타 증권사와 스페이스X의 수익률을 지급하는 총수익 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했다. 실제 거래는 증권사가 대신하고 하나자산운용은 스페이스X의 수익률만 챙기는 구조다.

하나자산운용의 '1Q 미국우주항공테크' 상장지수펀드(ETF)./하나자산운용 제공

◇스페이스X IPO 임박...”최대 비중 매입 계획”

하나자산운용에 따르면 1Q 미국우주항공테크의 순자산총액(AUM)은 26일 기준 약 5800억원이다. 회사는 오는 27일까지 1Q 미국우주항공테크 AUM의 0.3%(약 17억원)를 RONB에 투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투자 비율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1Q 미국우주항공테크의 주요 투자 종목은 우주 발사체 전문 기업 로켓랩(16.2%), 기체 제조사 조비 에비에이션(10.6%), 위성 설계 기업 AST 스페이스모바일(10.2%) 등 미 항공우주 기업들이다.

하나자산운용 측은 “1Q 미국우주항공테크는 국내에서 가장 큰 미국 우주항공 기업 투자 ETF로, 이제는 비상장 기업인 스페이스X에 간접 투자도 가능해졌다”며 “스페이스X가 상장되면 최대 비중으로 매입하는 등 앞으로도 스페이스X 투자를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스페이스X는 이르면 이번 주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4일 로이터통신은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을 인용해 스페이스X가 이번 주나 다음 주 중 규제 당국에 투자 설명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스페이스X의 기업 가치는 1조2500억달러(약 1879조원)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