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노동자, 페인트 보조, 강남 바텐더. 구독자 115만명을 보유한 경제 유튜브 ‘박곰희TV’를 운영하는 박동호 당연투자자문 대표가 1위 증권사였던 대우증권의 PB(프라이빗 뱅커)가 되기 전 이력이다. 26일 조선일보 경제부가 만드는 유튜브 ‘조선일보 머니’의 ‘이기자의 취재수첩’에 출연한 그는 “부자가 아닌 금융 약자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퇴사 후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돈이 없어 삭발하고 강남 바텐더로
박 대표는 농촌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입학 무렵 도시로 올라왔다. 그는 “가난하게 키우지 않기 위해 부모님이 정말 노력을 많이 하셨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페인트 보조 같은 일용직부터 바텐더 아르바이트까지 돈을 벌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돈이 뭐길래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돈이 많은 사람들이 온다는 강남 바에서 바텐더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당시 돈도 없고 시간도 없어서 삭발하고 다녔거든요? 그때 제 나이가 21살이었는데, 어린 애가 삭발하고 일 열심히하니깐 말을 걸어주시더라고요.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느냐’고. 그래서 제가 ‘돈 벌고 싶습니다’라고 하니, 다들 ‘돈을 벌려면 증권사에 가야 한다’고 했어요. 그땐 증권사가 뭔지도 몰랐는데, 그 이후로 구체적인 목표가 생겼지요.”
◇스펙 텅 빈 자소서로 대우증권 입성
여의도 증권가는 금수저들의 무대로 불린다. 많은 돈이나 화려한 배경이 없으면 무대에 서기가 힘들다. 과거엔 이력서에 부모님 직업을 적는 칸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이력서엔 화려한 스펙 대신 고생담만 가득했다.
“수천 명 지원서 중에 스펙이 텅 비어 있는 애가 나타나서 고생한 얘기만 적어놨으니 면접관이 ‘얘는 뭐야’ 하고 불렀대요. 아르바이트를 한 게 많으니 실무 면접이 너무 편하더라고요. 임원 면접에서는 ‘1억 원 고객에게 어떤 포트폴리오를 짜겠느냐’라고 질문하셨어요. 대우증권의 주력 상품 위주로 솔직하게 답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합격했다.
입사 후 박 대표는 리테일 영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오전 6시 15분 출근에 자정 퇴근이 다반사였고, 4시간씩 자는 날이 허다했다. 그렇게 전체 실적 1위를 기록했다.
“모든 일이 그렇더라고요. 막상 들어가 보면 열심히 안 사는 사람이 많아요. 저는 가진 게 없으니까 두 배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그는 자산가보다 소액 투자자에게 더 끌렸다. 2000만~3000만 원을 들고 오는 고객에게 분산 투자, 장기 투자를 설명하며 몇 시간씩 상담했다.
“그 돈이 그분에게는 3억 같은 돈이에요. 쪼개고 나눠드릴 때 훨씬 뿌듯했습니다.”
그렇게 담당 고객부터 제휴 고객까지 챙겨야할 고객이 3000명에 달했다. “카톡이 100개씩 쌓였어요. 밤 12시에 CMA 입금이 왜 안 되냐는 문의도 직접 답했습니다.”
퇴사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허무하게 찾아왔다. 경상북도에서 올라온 한 고객이 4000만 원을 들고 찾아왔다. 사연을 들은 박 대표는 3시간 30분을 상담했다. 상담을 마치고 상사에게 불려갔다.
“‘자네 챙겨야 할 자산가가 몇 명인데 그렇게 상담을 하고 있어? 그 고객 얼마 가져왔냐?’라고 물으시더라고요. ’4000만 원입니다’라고 했더니 ‘너 안 되겠다, 나가’라고 하더군요.”
그날 박 대표는 ‘이 일을 했을 때 칭찬 들을 수 있는 곳’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이직을 두 번 했지만 그런 곳은 없었다. “없어서 직접 만든 게 박곰희TV입니다.”
◇매출 0원의 9개월…“증권사 간판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퇴사 후 현실은 냉혹했다. 전국 투자 강연 투어를 꿈꿨지만 동네 문화센터조차 “투자 강연은 안 된다”며 문을 닫았다. 강연 중개업체에 수십 곳 의뢰했지만 단 한 건도 성사되지 않았다. 창업 9개월째, 매출은 0이었다.
“대우증권이라는 큰 이름을 뺐을 때 저는 밖에서 아무것도 아니었더라고요. 안에서 잘했던 걸 믿고 나오면 될 거라 생각한 게 순진한 생각이었습니다.”
깔끔하게 인정하고 임대차 계약이 남은 사무실에서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구독자 300명이 됐을 때 처음으로 ‘계속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박곰희TV는 자극적인 썸네일 없이 차분한 정보 전달로 ‘유교 방송’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한 번은 직원 제안으로 “이것을 모르면 가난해집니다”라는 문구를 붙여봤다. 조회수는 올랐지만 박 대표는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 거 없거든요. 거짓말을 했다는 생각에 새벽에 벌떡 일어나서 썸네일을 ‘가지고 있으면 좋은 ETF’로 바꿨어요. 그러고 나서야 잠이 왔습니다.”
현재 박 대표는 매달 한 차례 군인, 중학생, 자립 청년, 탈북민 등 금융 소외 계층을 위한 무료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탈북민 강연에서 “왜 부자들이 주식을 나눠주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가 인상 깊었다고 했다.
“선의로 나눠주는 게 아니라 자본주의 원리라고 설명하는데, 아무도 그 설명을 안 해줬겠구나 싶더라고요.”
그가 강조하는 것은 한 가지다. “돈은 사람을 가리지 않아요.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이 투자하고 똑같이 수익 낼 수 있습니다. 약자일수록 돈을 더 잘 다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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