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활황 속에서 공모주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 기대가 커지며 청약 경쟁률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종목의 경쟁률이 수천 대 1에 육박하면서 최소 증거금만으로는 1주 확보조차 어려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공모주 시장이 다시 ‘단기 차익’을 노린 자금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균등배정조차 ‘로또’처럼 변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청약 경쟁률 수천 대 일…투자자 불만 확산
최근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패스 청약했는데 0.27주 배정 확률이 말이 되느냐”는 불만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지난 17일 해외 송금 기업 한패스는 청약 경쟁률 1673대1, 증거금 3조3700억원 이상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다만 경쟁률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최소 증거금만 납입한 투자자 상당수가 1주도 배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공모주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최근 청약을 마친 액스비스(0.48주), 에스팀(0.45주) 역시 균등배정 물량보다 청약 건수가 훨씬 많아 투자자 1인당 배정 물량이 1주에도 못 미쳤다.
공모주 균등배정은 2021년 도입된 제도로, 투자금 규모와 관계없이 최소 증거금만 납입하면 일정 물량을 나눠 갖도록 설계됐다. 돈을 많이 낼수록 더 많은 주식을 배정받는 기존 비례배정 구조의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취지였지만, 최근에는 청약 수요 폭증으로 사실상 ‘추첨제’에 가까운 구조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따상’ 기대에 몰린 자금… IPO 시장 과열 조짐
최근 공모주 시장 열기가 뜨거워진 배경에는 상장 첫날 큰 폭의 상승 기대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3일 기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케이뱅크, 에스팀, 액스비스, 카나프테라퓨틱스, 아이엠바이오로직스 등 5개 기업 가운데 에스팀과 액스비스, 아이엠바이오로직스 등은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4배 상승하는 ‘따따상’을 기록했고, 카나프테라퓨틱스도 153% 상승하며 ‘따상’에 성공했다.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가 대거 유입되면서 청약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장 심사 강화 여파로 한동안 위축됐던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기 수요가 쌓여 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에는 상장 기업이 전무했고, 1월에도 스팩을 제외하면 3개 기업에 그쳤지만, 3월에는 예정된 일정을 포함해 총 9개 기업이 상장할 예정이다.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자 투자자들은 가족 명의 계좌를 동원해 청약 건수를 늘리거나, 수천만원의 증거금을 투입해야 하는 비례배정을 노리는 전략까지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모든 가족 구성원의 계좌를 활용해 자녀 계좌로 1주 받았다”는 사례도 속속 공유되고 있다.
◇“결국 돈 싸움”… 균등배정 확대 요구 커져
전문가들은 현재 구조에서는 균등배정 취지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균등배정이 도입된 취지는 소액 투자자에게도 공모주 투자 기회를 넓히기 위한 것이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청약 건수 급증으로 배정 물량이 쪼개지면서 체감 효과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균등 50%, 비례 50%로 나뉜 현행 구조에서는 절반의 물량이 여전히 자금 규모에 따라 배분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계좌 수 싸움’과 ‘자금 싸움’이 동시에 작동하는 왜곡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행 50% 균등·50% 비례 구조는 결국 나머지 절반이 자금 규모에 따라 배분되는 구조”라며 “더 많은 개인 투자자에게 기회를 주려면 균등배정 비중을 70%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