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위아래로 요동치면서 원유 가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N) 관련 투자가 급증하는 모양새다. ETN은 기초 지수의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파생결합증권이다. 이란 전쟁으로 유가의 변동성이 커지자, 이를 추종하는 ETN 상품을 공략하는 투자자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1500원을 재돌파한 원/달러 환율과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표시되고 있다./뉴스1

◇이란 전쟁에 급증한 원유 ETN 거래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ETN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925만2025증권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의 하루 평균 거래량(157만6705증권)의 약 6배 규모다. 같은 기간 하루 평균 거래 대금도 41억3066만원에서 108억8003만원으로 2배 넘게 불어났다.

특히 ETN 가운데 국제 유가의 하락에 베팅하는 ‘곱버스(2배 인버스)’ 거래가 두드러졌다. 이달 들어 ETN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상품은 ‘삼성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로 18억4900만 증권이 거래됐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가격 하락에 베팅한 ETN 투자자들이 가장 많았단 얘기다.

이어 ‘삼성 인버스 2X 코스닥150 선물’(4억6300만 증권), ‘N2 인버스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H)’(4억1300만 증권),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1억5400만 증권)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항 석유 시설이 14일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아 불길과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AP 연합뉴스

◇”유가 불안 지속…레버리지 투자 유의해야”

문제는 최근 투자자들의 거래가 쏠리고 있는 ETN이 대부분 레버리지 상품이란 점이다.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증폭된 상황에서 레버리지로 이를 추종할 경우 투자 위험이 배로 커진다는 평가다. 더구나 ETN은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와 달리, 증권사가 발행하는 지수 추종 상품인 만큼 상대적으로 신용 위험이 크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란전쟁발(發) 공급 차질 우려로 유가의 변동성이 큰 만큼 레버리지 투자는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물리적 타격 현실화 시 그 피해는 원유와 가스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며 “전쟁 보험 인수 재개, 선복 정상화, 항만 운영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발생해 세계 에너지·화학 공급망의 변동성은 장기화할 수 있는 점을 투자자들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근 금융 당국도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ETN 투자 관련 유의 사항을 안내했다. 금융감독원은 레버리지 투자는 단기간에 손실이 확대될 수 있는 데다 ‘음(-)의 복리 효과’로 장기 투자는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가격 변동 제한 폭이 30%임을 감안하면 레버리지 상품은 이론적으로 하루 만에 최대 60%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의 경우 기초 자산의 가격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 누적 수익률이 기초 자산 수익률을 밑도는 ‘음의 복리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