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매매 결제주기를 둘러싼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정상화 간담회’에서 주식 결제주기를 언급하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주식을 오늘 팔았는데 왜 돈은 모레 주느냐”며 “필요하다면 조정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그간 업계와 유관기관 중심으로 논의되던 결제주기 단축 이슈가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정책 의제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스탠다드와의 정합성과 시장 영향에 대한 논쟁 또한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 빠르면 내년 10월 T+1 전환 가능성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매매 거래일 이후 2영업일 뒤 결제가 이뤄지는 T+2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증권사 간 청산과 결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로, 미수거래 등 일정 수준의 신용 거래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관련 워킹그룹을 구성해 제도 개편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날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미국과 유럽의 동향에 발맞춰 빠르면 내년 10월 시행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 또한 “이번 기회를 계기로 그간 진행되어오던 논의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다르다”…외국인 자금 이탈이 최대 변수
가장 큰 걸림돌은 시장 구조다. 업계에서는 단순히 글로벌 기준에 맞추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4년 5월부터 T+1 체계로 전환한 미국은 달러 기반 통화 체계로 결제 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반면 한국은 외국인 투자자가 해외 운용사와 글로벌 브로커를 거쳐 국내 상임대리인을 통해 결제를 진행하는 다층 구조다. 이 과정에서 계정 배분, 외환 환전, 자금 이체 등의 절차가 필요해 물리적인 시간이 소요된다.
시차 문제도 부담이다. 한국이 T+1로 전환할 경우 미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T+0’ 수준으로 작동하게 된다. 미국 투자자가 밤사이 한국 주식을 거래하면, 다음 영업일 안에 환전과 결제를 모두 마쳐야 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외국인 투자자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결제 준비 시간이 지나치게 짧아질 경우 외국인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증권사 “기회이자 부담”…전산·수익성 딜레마
증권사들도 제도 변화가 가져올 영향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 대비 자금 운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제주기가 짧아지면 투자자 자금 회전율이 높아지면서 자본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이유다.
다만 현실적인 부담도 크다. 특히 하반기 예정된 거래시간 연장까지 겹치면서 업계 전반의 인력·시스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시간 연장으로 이미 전산 시스템을 재정비를 위한 상당한 인력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 한번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 하는 만큼, 인력과 시간이 상당히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제주기 단축 시 RP등 초단기 자금 운용 등에서 발생하는 수익 감소도 불가피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