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대표 주자인 서클의 주가가 한 달여 만에 164% 급등했다. 지난달 6일 50.23달러였던 주가는 지난 18일 132.84달러까지 치솟았다. 서클은 세계에서 둘째로 큰,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C의 발행사다. 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자산 시장이 휘청이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대장주’는 독주를 이어간 셈이다.

그래픽=김의균·CGIG

◇고금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겐 ‘호재’

최근 시장에는 이란 전쟁발(發) 악재가 쏟아졌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며 유가가 급등하고,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이 커지는 등 시장에 충격을 줬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18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동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몇 주 사이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 지표가 올랐는데, 이는 중동 지역의 공급 차질로 인한 유가 급등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금리 동결로 이어진 셈이다. 이에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이날 S&P500은 전날 대비 1.36% 하락했고, 다우존스와 나스닥도 각각 1.63%, 1.46% 내리는 등 미 증시는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날 서클은 전날 대비 0.4% 오르며 다섯 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고금리란 악재가 되레 서클에겐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서클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USDC는 달러와 1대1 연동된다. 서클은 USDC의 발행 규모(지난해 말 기준 753억달러)만큼 준비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주로 미국 단기 국채와 달러를 활용한다. 고금리가 길어질수록 서클의 이자 수익(국채·예금 이자 등)이 불어난다는 얘기다.

가상 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일반적으로 금리가 높을수록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수익은 증가한다”며 “서클은 스테이블코인을 뒷받침하는 준비금으로 막대한 이자를 얻고 있는데, 지정학적 긴장과 유가 상승으로 고금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서클의 수익 전망도 좋아졌다”고 했다.

스테이블코인 USDC를 발행하는 서클 그룹의 최고경영자(CEO) 제레미 앨리어와 공동 창립자 션 네빌이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열린 회사 기업공개(IPO)에 참석했다./로이터 연합뉴스

◇탄탄한 수요에 목표가도 상향

스테이블코인 수요 증가세도 투자자들의 눈길을 끄는 배경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최근 고객 대상 보고서에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카드 네트워크에 점점 더 많이 통합되어 일상적인 거래가 가능해지고 있다”며 “비자는 현재 50개국에서 130개 이상 스테이블코인 연동 카드를 지원하고 있으며, 연간 약 46억달러 규모의 결제량을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으로서 점점 일상으로 들어서고 있단 뜻이다. 번스타인은 서클 주가에 ‘시장 수익률 상회(outperform)’라는 투자의견을 매기며 목표 주가 190달러를 제시했다.

미국 핀테크 기업 클리어 스트리트는 스테이블코인은 실제 수요가 있는 만큼 다른 가상 자산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진단했다. 목표 주가도 136달러를 내걸었다. 클리어 스트리트의 오언 라우 애널리스트는 “불확실한 시기에도 USDC 유통량은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갔다”며 “투자자들은 흔히 투기적 가상 자산과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을 동일시하지만 이 둘은 구조적으로 구분된다”고 했다. 코인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예측 시장 플랫폼인 폴리마켓에서 지난해 약 220억달러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는데, 대부분 USDC로 결제됐다.

서울 강남구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본점에서 비트코인 모형이 놓인 바닥에 코인 시세 그래프가 비치는 모습./뉴스1

◇제도화가 핵심 변곡점

시장에서는 가상 자산의 규제 환경 개선이 앞으로 핵심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본다. 특히 미국에서 가상 자산의 감독·규제 체계를 명확히 하는 내용의 ‘클래리티 법안’이 통과될 경우 제도적 불확실성이 줄어 수요도 늘어날 것이란 이유다. 지난해 미 하원을 통과한 클래리티 법안은 상원에서 주요 쟁점에 대한 이견으로 입법이 늦어지는 상황이다.

김경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은 디지털 자산 시장의 유동성 기반이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구조적 성장은 디지털 자산 유동성의 하방을 지지한다. (현재는) USDC 발행사의 호실적, 클래리티 법안의 진전 기대감이 겹치는 국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