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로 ‘머니무브(자금 이동)’가 본격화되면서 증권주가 유망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자금 유입과 거래 대금 증가로 수수료 수익이 급증한 데다 증권사들이 자사주 소각과 배당금 확대 등 주주환원에 앞장서면서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14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 증권’ 지수는 올해 들어 지난 17일까지 72.4% 폭등했다.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1월 2일 1567.81에 출발해 지난 17일 2703.04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4309.63에서 5640.48로 30.9% 올랐다. 올해 들어 증권 관련 지수의 수익률이 코스피의 두 배를 웃돌았다는 얘기다.
이란 전쟁으로 코스피가 사상 최대 낙폭을 보인 지난 4일 KRX증권은 14% 넘게 폭락했는데, 이날 기점으로 지난 17일까지 16.9% 급반등하는 등 회복세도 두드러진다.
◇머니무브에 ‘돈방석’ 앉은 증권사들
최근 투자자들의 주식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증권사들의 영업 실적도 덩달아 날아오르는 모양새다. 15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지주·삼성증권·NH투자증권·키움증권 등 5대 증권사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합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는 3조279억원이다. 합산 매출액 전망치는 4조1591억원.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5.92%, 46.62% 늘어난 규모다.
증권사별로 보면 미래에셋증권의 이익 성장률이 가장 높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82.56% 늘어난 9782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어 한국금융지주 7059억원(전년 대비 33.3% 증가), 삼성증권 4189억원(25.22%), NH투자증권 4272억원(47.82%), 키움증권 4977억원(52.90%) 등이 예상된다.
코스피가 최근 6000선을 돌파하는 등 역대급 강세장이 펼쳐지면서 투자자 유입이 늘고, 거래 대금이 폭증한 결과다. 이달 들어 이란 전쟁으로 코스피가 하루 만에 12% 넘게 폭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자 매매 거래가 잦아진 점도 증권사들에겐 되레 수수료 수익 증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달 10일까지 유가증권·코스닥 합산 거래 대금 일평균이 54조원을 웃돌며, 총 활동 계좌 수는 1억30만개로 하루 10만개씩 증가하고 있다”며 “급증한 거래 대금으로 1분기 증권사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수 있고, 이후 연간 실적 추정치 상향 조정도 가능하다”고 했다.
◇자사주 소각에 주당 가치도 올라
자사주 소각 확대도 증권주의 투자 가치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가 포함된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는데, 자사주 보유 비율이 높은 증권사들이 소각에 앞장서면서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미래에셋증권은 보통주 약 1177만주, 2우선주 약 18만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보통주·우선주 약 405만주 등까지 합치면 약 1701억원 규모다. 부국증권은 이달부터 내년 7월까지 보통주 373만764주와 우선주 3만6340주를, 대신증권은 여섯 분기에 걸쳐 보통주 932만주와 제1·2우선주 603만주 등 총 1535만주를 단계적 소각하기로 했다. 부국증권의 자사주 보유 비율은 약 42%, 대신증권은 약 2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은 자사주 소각이 유통 주식 수 감소로 이어져 주당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최근 이란 사태 이후 코스피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51배까지 떨어지며 장기 평균인 9.78배를 밑돌고 있다”며 “이벤트에 의한 충격으로 기존 상법 개정안 모멘텀이 희석됐을 여지가 존재한다. 개별 업종 및 종목 관점에서는 자사주 보유 비율이 높아서 소각을 발표할 여지가 있는 ‘지주사’ 및 ‘금융 업종’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배당 확대 기조도 확산
증권사들의 배당 확대 기조도 투자자들의 눈길을 끄는 배경이다. 키움증권은 보통주 배당금을 지난해 한 주당 7500원에서 올해 1만1500원으로 53% 늘렸다. 삼성증권은 보통주 배당금을 3500원에서 4000원으로, 미래에셋증권은 250원에서 300원으로 상향했다.
중소형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배당 확대 흐름이 포착된다. LS증권은 보통주 한 주당 500원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배당 총액은 341억원으로 전년 대비 132% 증가했다. 이외에도 현대차증권은 370원(배당금 증가율 62.6%), 유진투자증권은 180원(80%)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