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이란이 호르무즈 봉쇄를 이어가겠다는 강경 메시지를 던지면서 미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국제 유가가 9%대 폭등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운 탓이다. 특히 반도체 종목들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시장에서는 유가와 미 반도체 지수에 민감한 한국 증시도 영향을 피해 갈 수 없단 분석이 나온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가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AFP

◇국제 유가 다시 100달러로

12일 미국 S&P500은 전장보다 1.52% 떨어진 6672.62에 마감했다. 다우존스와 나스닥도 각각 1.56%, 1.78% 내리며 거래를 마쳤다.

이날 미 증시 하락은 이란 측 강경 발언이 기폭제로 작용했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차남인 모즈타바는 이날 성명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는 지렛대는 반드시 계속 사용돼야 한다”며 “적이 거의 경험하지 못한 매우 취약한 다른 전선을 여는 것도 검토했다”고 밝혔다.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끝까지 이어가겠단 얘기다.

국제 유가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5월 인도분은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9% 넘게 급등한 배럴당 100.46달러에 마감했다. 2022년 8월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앞서 국제 유가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쟁은 곧 끝날 것”이라는 발언에 80달러대까지 급락했지만 이란 측 ‘초강수’에 또다시 급반등한 것이다.

12일(현지 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성명이 국영TV를 통해 방송되고 있다./AFP연합뉴스

◇코스피 ‘가늠자’는 약세

최근 코스피는 국제 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코스피는 지난 9일 국제 유가가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자 6%대 급락했다. 이어 10일 80달러대로 떨어지자 5% 넘게 급등했다. 코스피가 유가 움직임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단 얘기다.

미 증시의 반도체 종목의 하락 폭이 두드러진 점도 한국 증시에 대한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날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전날 대비 3.43% 떨어진 7643.17에 마감했다. 주요 반도체 종목인 엔비디아가 1.54% 하락했고, 이어 TSMC(5.03%)·마이크론(3.19%)·AMD(3.46%)·인텔(5.69%) 등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개인은 ‘삼전·닉스’ 8조원대 순매수

한편, 국내 개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지난 11일까지 삼성전자(6조2107억원)와 SK하이닉스(2조588억원)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빚투(빚내서 투자)’도 서슴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달 들어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각각 6987억원, 2969억원 불어났다. 최근 두 종목의 가격이 출렁이자 되레 ‘저점 매수’의 기회로 삼은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란 전쟁발 불확실성에 대한 경고도 있는 한편, 한국 반도체 종목에 대한 긍정론도 적지 않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 러-우 전쟁 발발 후 반도체 산업이 다운턴으로 진입했던 당시와 유사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단 시각이 확산하고 있으나, 제한적”이라며 “당시는 증설 진행 중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며 재고 증가로 인한 다운사이클이 나타났지만, 이번엔 재고가 없이 AI(인공지능) 추론 수요로 메모리 수요가 증가했단 차이가 크다”고 했다.